'하나님 나라'와 '목사님 나라'
'하나님 나라'와 '목사님 나라'
  • 신성남
  • 승인 2014.08.11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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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직업 종교인들의 탐욕과 기만
▲ 신성남 © <뉴스 M>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러자 가난과 압제에 고통받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에게로 나아왔습니다. 그리고 죄를 회개하고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를 본 당시 유대의 종교 지도자인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은 몹시 당황했습니다. 그들은 완고하여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지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으며, 도리어 툭하면 핍박하고 죽이기 일쑤였습니다.

비록 겉으로는 '하나님께서 직접 다스리시는 나라'라는 의미로 '신정 국가'라고 포장을 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을 위한 '제사장 왕국'을 잘 가꾸어 놓고 백성들을 휘두르며 아주 흥겹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하게 '하나님 나라'를 웨치는 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름뿐인 신정 국가

밥그릇에 금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요한을 함부로 처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백성들이 요한을 참된 선지자로 믿고 따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요한이 주인으로 따르고 있는 나사렛 출신의 한 젊은 목수 예수라는 청년은 더욱 기가 막힌 이야기를 했습니다.

감히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을 헐라는 것입니다. 아니 성전이 없어지면 제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요 수입원인 십일조도 거둘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성전 제사 제도가 붕괴하면 제사장의 존재 의미 자체가 아예 없어져서 자신들의 모든 기득권이 일시에 붕괴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예수는 성전 마당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채찍으로 내쫓았습니다. 이래저래 자신들의 밥그릇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백성들의 눈치를 보며 기회만을 노리다가 기어코 그 목수를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하나님과 백성을 가장 잘 섬기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종교 지도자들이 막상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셨을 때는 권력과 기득권에 눈이 어두워져서 오히려 그분을 대적한 것입니다. 오죽하면 예수님께서 그들에 대해 '독사의 새끼'나 '지옥 자식'이란 극한 표현을 사용하셨을까요.

그런데 이처럼 하나님 나라를 빙자하며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던 자들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중세교회의 종교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모양을 살짝 바꾸어 '성직자 왕국'을 만들려 했습니다. 거룩한 교회의 직분을 수직적으로 계급화하여 교황, 추기경, 주교, 그리고 사제 등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신도들을 하인처럼 부렸습니다.

그 결과 황제조차도 교황 앞에 무릎을 꿇게 했습니다. 정말 성직자들에게는 살맛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처럼 성직자들이 신바람나던 그 시대를 지금 우린 중세암흑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종교는 물론 정치, 경제,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과도한 권력을 휘두르며 신도들을 억압했기 때문입니다.

허울뿐인 하나님 나라

교회 역사를 보면 언제나 소위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허울뿐이고 틈만 나면 자신들의 왕국을 세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자 문제도 이런 직업 종교인 부패 역사의 기나긴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종의 직분인 목사가 어느 정도 잘 풀리면 웬만한 부자나 판사나 교수보다도 더 멋진 직업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연봉이 1억 원이 안 되면 아예 목사질을 하지 말라"고 막말하는 간 큰 목사마저 생겼습니다.

심지어 어떤 잘나가는 목사는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재벌기업 직원수보다 많은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한 신도들 중에 장관, 국회의원, 판사, 장성, 교수, 언론인, 기타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수두룩합니다. 결국 한국교회의 목회자들도 중세적 야망을 꿈꾸며 '목사 왕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핑계하며 신도들을 선동하여 큰건물을 세우고,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으며 세력을 키웠습니다. 드디어 '건축 목회'로 성장하여 '세습 목회'로 교회를 사유화하는 공식을 완성한 것입니다.

최근 필자는 시간적 여유가 좀 있어 대형 교회를 사유화하여 사실상 '목사 왕조'로 만든 여러 애송이 세습 목사들의 설교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질도 이런 저질들이 없고, 무당도 저런 선무당들이 없습니다. 매주 제목만 다르지 결론은 언제나 거의 같습니다. 열심히 모이고 헌금 많이 하고 큰 복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정말 옆동네 진짜 무당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결코 허탄한 인생들에게 속는 분이 아닙니다. 이제 바른 복음을 전하지 않은 교회들에게 매서운 응징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것은 겉으로만 하나님 나라를 빙자했던 유대의 '제사장 왕국'이 멸망하고, 중세의 '성직자 왕국'이 몰락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과연 한글 성경에 단 한번 간결하게 언급된 목사(목자)란 직분이 정말 지금처럼 무소불위의 교권을 지닌 황당한 직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식해도 분수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귀족 목사들은 추가로 염치마저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종교 업자들은 신도들을 우민화하며 목사직을 꾸준히 변질시켜 제사장화하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교회에서 목사가 교주가 되고 왕이 되었습니다. 가장 낮아지고 겸손해야 할 교회의 직분자들이 중세적 성직주의로 군림하는 것이 바른 교회의 모습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근자에 사랑의교회, 두레교회에 이어 명성교회에도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여러 교회들에서 이런 자생적 교회 회복 모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양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성도들은 양의 탈을 쓴 이리들에게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긴 가운을 입고 기고만장한 어떤 이리들은 공교회의 재정 장부를 공개하라는 극히 상식적인 요구조차 파렴치하게 계속 묵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된 종교인들이 앞으로 무슨 달콤한 말로 선전을 하든 골고다 언덕을 통하지 않는 하나님 나라는 모두 다 거짓입니다. 성공주의와 기복신앙에 빠져 십자가 정신을 따르지 않는 교회 역시 가짜입니다. 진정한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을 바르게 따를 때에만 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 아무리 멋진 건물을 세우고 큰 교세를 자랑하더라도 '제사장 나라', '성직자 나라', 그리고 '목사님 나라'는 그저 '짝퉁 하나님 나라'일 뿐입니다.

목사 왕국은 '짝퉁 하나님 나라'

요즘 주변의 어떤 중대형 교회들을 살펴 보십시요. 교회의 실질적인 권력을 담임목사가 거의 홀로 독식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직분자들과 신도들은 돈이나 열심히 바치고 봉사하는 들러리입니다. 하늘 아래에 교주도 이런 교주가 드물고, 귀족도 이런 귀족이 없습니다. 직업 종교인들에 의해 진리가 종교화하고 상업화하면 언제나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진짜 목사는 자신을 희생하며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나, 거짓 목사는 늘 종교적 패권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목사 왕국을 건설합니다.

따라서 예수의 이름을 팔아 "잘 먹고 잘살자"는 가르침은 단지 목사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지 하나님 나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큰건물로 큰 무리를 모아 큰 권력을 추구하며 위세를 부리는 것은 이 땅에 단지 목사 왕조를 확산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목사님 나라는 종교인들을 위한 왕국일 뿐 결코 하나님 나라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거듭나지 않은 직업 종교인들의 이와 같은 사악한 시도는 역사적으로 항상 심판을 받았고 언제나 실패하였슴을 잊어선 안 됩니다.

하나님 나라를 확대하는 일은 종교적 열심이나 무속 신앙을 부추겨 단순히 교회당이나 교세를 늘리는 것 따위가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확장은 오히려 신자들이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날마다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가정과 학교와 직장과 사업장과 지역 사회 등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목수의 아들로 오셔서, 고작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초라한 제자 몇 명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신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돈이나 권력이나 세력이나 명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이제 허망하기 짝이 없는 중세적 '목사 왕국' 건설에 기만당하지 말고, 세상을 사랑하여 친히 고난의 십자가를 지신 그 가난한 목수를 겸손히 따르며, 백성들의 가슴마다 진정한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3:3)."

신성남 /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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