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성수의 오류
주일 성수의 오류
  • 강만원
  • 승인 2014.05.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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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십일조와 주일 성수는 오늘날 한국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었다. 교회에서 높은(?) 직분을 얻기 위한 절대 조건이며, 교인의 신앙 정도를 가늠하는 준엄한 평가 기준이 된다. 그러나 주일 성수와 십일조가 과연 신앙의 성숙을 증거하는 정당한 방법인가?

물론, 영적인 신앙 상태를 가시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교회에 잘 나오고, 열심히 그리고 많은 헌금을 하는 교인들은 나름 충성스러운 교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외형적 기준은 자칫 본질을 벗어나 왜곡된 신앙을 옹호하는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다. 주일 성수라는 말이 '봉사'라는 명분으로 교회의 제반 일들을 하기 위해 일요일 내내 교회에서 하루종일 죽치는 것이 아닐텐데 실상 주일 성수의 강요는 만사를 제치고 교회 출석을 절대 가치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주일에 중요한 일들을 모두 제쳐두고 교회당에 나와 기도하고 찬송하고 예배드리는 것이 성경적 신앙의 본질일까, 아니면 영적으로 보다 가치로운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기독교인들은 기독, 즉 그리스도이신 예수을 믿는 자들이며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작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는 "자비가 제물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시고, "예물을 드리려다가 형제와 다툰 일이 기억나거든 형제와 먼저 화해하고나서 예물을 드리라"고 말씀하셨다.

주일에 예배드리는 형식적 의례보다 실제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먼저라는 단호한 말씀이다. 더욱이 예수는 이미 오래전에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를 제시하시며, 오늘날 우리에게 주일의 진정한 의미를 미리 예시하셨다.

즉, 안식일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일을 하는 것이 안식일을 바르게 지키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예수는 안식일에 눈먼 자의 눈을 뜨게 하셨고, 손 마른 자의 손을 펼쳐 주셨으며, 병든 자의 병을 고쳐주셨다. "너희 소중한 양이 구덩이에 빠졌는데 안식일이라고 구하지 않겠느냐?" 라고 되물으시며 형식적 율법주의에 빠진 유대인들의 위선과 오류를 거침없이 질타하셨다.

주일(주일 자체가 성경적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신앙의 성장을 위해 기도와 예배 그리고 성도의 교제 등 일정한 종교 행위가 필요하다면 주일 제정은 분명 정당한 종교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에 모든 일을 마다하고 다만 교회에 출석해서 빠짐없이 종교 의식을 치르는 것만이 바른 신앙 태도라고 단정짓는 것이 유대인들의 안식일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주일을 지키기 위해 의사가 위중한 환자를 버리는 것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주일을 지키기 위해 사업가가 엄청난 손실을 입으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보다 그 돈을 온전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아프고 고통스러워 울부짖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사랑이 최고의 계명'이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대로 진정으로 예배드리느 것이 아닐까? 주일에 반드시 영업을 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사업장에서 예배드리고, 주일에 반드시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라면 아픈 자의 생명을 돌보며 병원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오히려 주님이 원하시는 주일의 모습이 아닐까?

예수께서 말씀하신 신앙의 본질은 '오직 사랑'이라는 분명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주일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기도와 찬송, 예배의 중요성을 무시하려는 의도 또한 결코 아니다. 주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의 물질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일주일에 하루, 온전히 구별된 하루는 그리스도인들이 영성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최소의 시간이다.

다만 교인들을 교회당에 모아두고, 교회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수단으로 주일성수를 강요하는 것은 분명 성경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말씀'의 본의를 왜곡한 이단적 잣대이다.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다며 예수를 죽이고자 골몰하던 유대인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예수는 '안식일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안식일에 거룩을 빙자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일을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지키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즉, 주일에 교회 출석부에 도장 찍기 위해 세상 만사를 제치고 예배당에 모이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일인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1)세속적 가치를 떠나 영적으로 온전히 구별된 하루를 보내고, 2)그리스도의 거룩한 계명인 사랑을 지켜 행하는 것이 주일 성수의 참된 의미가 되어야 한다!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성균관 대학교와 프랑스 아미엥 대학에서 공부했다. "당신의 성경을 버려라"의 저자이며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한다. 단순한 열정,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신이 된 예수, 루나의 예언, 자연법의 신학적 의미, 예수의 역사와 신성 외 다수의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아르케 처치'에서 성경강의 및 번역, 출판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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