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조용기' 콩히 목사, 교회 돈 200억 유용
'싱가포르의 조용기' 콩히 목사, 교회 돈 200억 유용
  • 이은혜
  • 승인 2014.08.21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아내 가수 활동 지원해 법정 공방..."교회 성장 위해 꼭 필요했다"

풀러신학교 교회성장학 교수로 27권의 '교회 성장' 관련 저서를 쓴 피터 와그너가 세계 교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지도자로 지목한 싱가포르 시티하베스트교회(CHC) 설립자이자 담임 콩히(Kong Hee) 목사. 콩히 목사는 25세였던 1989년에 20명의 청년과 함께 교회를 개척해, 현재 3만 명 가까이 모이는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가 55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그는 한국에서도 유명 인사다. 릭 워렌, 조엘 오스틴과 더불어 한국 목회자들이 닮고 싶어하는 목사 중 한 명이다. 지금도 기독교 TV 채널 CTS에서 그의 설교를 들을 수 있다. 콩히 목사는 조용기 목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그는 2009년에 CHC 청년 350명을 이끌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새벽 기도에 참석하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조용기 목사가 해외에서,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집회를 열면 콩히 목사도 항상 강사로 참석했다.

롤 모델 조용기 목사의 모든 것을 닮고 싶었을까. 그는 지금 법정 공방의 한 가운데에 있다. 지난 2012년 6월 싱가포르 상무국과 자선위원회가 2년간 조사를 벌인 후, 콩히 목사와 5명의 사역자들을 고발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건축 용도로 모금한 18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콩히 목사 아내 호선의 음악 활동 자금으로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보며 교회 성장의 꿈을 키웠다는 콩히 목사. 그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교회 시티하베스트교회의 담임이다. 1989년 개척할 당시 20명의 청년과 시작한 교회는 현재 3만 명 가까이 모이는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그는 현재 건축 용도로 모금한 교회 돈 200억 원을 아내의 가수 활동을 위해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 중이다. (콩히 목사 홈페이지 갈무리)

호선은 중국에서 잘 알려진 가수였으나 미국 진출을 꿈꾸고 2009년 LA로 거주지를 옯겼다. 콩히 목사는 '크로스오버프로젝트(Cross Over Projoct)'라는 문화 사역 명목으로 아내의 미국 진출을 위해 약 200억 원의 교회 돈을 쏟아부었다. CHC가 말하는 크로스오버 사역은, 콩히 목사의 아내 호선을 앞세워 팝 음악을 통해 예수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콩히 목사와 그의 아내는 이 문화 사역의 일환으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해외에서 '복음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콘서트를 개최하는 비용 약 30억 원도 모두 교회에서 제공했다. 그는 이 콘서트가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호선은 처음 75분 동안은 그녀의 히트송만을 불렀다. 콘서트가 끝나기 전 잠깐 간증한 후, 복음성가 한 곡을 부른 것이 전부였다. 콩히 목사는 홍콩·타이완·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진행된 이 공연에 11만 명이 모였으며, 그 결과로 3만 3000명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 법정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채널아시아뉴스>는 지난 8월 11일 콩히 목사가 재판에 출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콩히 목사는 "크로스오버 사역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저 그런 교회로 남았을 것이다. 크로스오버 사역은 교회 성장에 있어서 꼭 필요했다"고 진술했다. 콩히 목사는 교인들이 이 사역을 지지했으며, 자발적으로 아내의 앨범을 구매하고 기부금을 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초기부터 그와 함께 사역한 재정 관리자 츄엥한은 콩히 목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교회 재정 전용을 도운 혐의로 콩히 목사와 같이 고발되었고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채널뉴스아시아>는, 츄엥한과 콩히 목사가 8월 19일 열린 재판에 함께 참석해 대질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재판에서 츄엥한은 콩히 목사의 주장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

츄엥한은 재판에서 콩히 목사가 진심으로 교회와 교인들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츄엥한 자신도 '영적 지도자'에게 속은 것이며, 콩히 목사는 교회 돈을 유용한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또 츄엥한은 콩히 목사가 자신이 유용한 교회 돈을 갚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의지만 있었다면, 호선이 부른 노래의 저작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든지, 미국에서 앨범 발매 시도를 그만두는 등의 방법으로 교회 재정 손실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믿었던 동지의 반전 발언에 콩히 목사는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시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자신이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 츄엥한의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은혜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본보 제휴,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