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폴리, 그는 순교자인가?
제임스 폴리, 그는 순교자인가?
  • 박화중
  • 승인 2014.08.29 0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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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나 순교자는 아닌 듯
▲ 이라크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에 참수당한 제임스 폴리의 죽음을 두고 가톨릭 신자들은 순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폴리 기자는 종교가 아니라 국적때문에 살해 당했다며 그는 독실한 기톨릭 신자이긴 해도 순교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대원에게 무참히 참수당한 미국인 제임스 폴리(James Foley) 기자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폴리 기자를 추모하는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그를 순교자로 부르며 성인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과 함께, 보다 큰 맥락에서 '순교'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폴리의 부모는 아들을 순교자로 보는 듯하다. 그의 아버지, 존 폴리는 뉴햄프셔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순교자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폴리 기자의 어머니, 다이앤은 "아들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킨다"며 "그리스도는 선하시며 사랑이 많으셨다. 아들도 모든 점에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살았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인터뷰가 있은 후 이틀 뒤, 폴리의 남동생, 마이클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형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를 '순교자'로 칭했다"고 밝혔다. 
 
가족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폴리를 순교자로 생각하고 있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폴리는 신앙심이 매우 독실했고 이라크뿐만 아니라 중동의 곳곳에서 크리스천들이 상상할 수 없는 박해를 받으며 대량학살에 위협 속에 살고 있음을 서방의 기독교인들에게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로만 그를 순교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가톨릭에서 순교를 결정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순교는 역사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일생동안 성인으로 혹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살지 않았다해도 마지막 최후의 순간에 자신의 신앙적 절개를 지켰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며 그 목격담이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

폴리 기자가 모진 고초와 압박을 신앙으로 견딘 것이 확실하다. 2011년 예수회가 운영하는 그의 모교 마케트 대학 회보에 보낸 글에서, 폴리 기자는 기도할 때 마음으로부터 큰 감동이 있었으며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무너지던 그 해 감옥에 있었을 때 자신을 지탱해 준 것은 묵주였다고 고백했다. IS에 감금되어 있는 동안에도 폴리가 보낸 메시지의 주요 내용은 신앙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을 취재하기 위해 리비아를 떠나 시리아 전쟁터로 향했고 2012년 추수감사절에 납치됐다. 그 후 약 17개월 동안 여러 감옥에 투옥되기를 반복했다. 그와 함께 감금되어 있다가 풀려난 사람들은 폴리가 가족들과 가까이 있기를 얼마나 기도하며 믿음을 지켰는지를 쓴 편지 내용을 전했다.
 
순교를 결정하는 또 다른 기준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증오심때문에 죽임을 당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순교 여부를 결정하기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엘살바도르 공화국의 오스카 로메로 주교는 가난한 자들의 권익옹호와 인권을 주장하여 끊임없는 살해 위협을 당했다. 그는 1980년 미사를 집전하던 중 불법무장단체에 의해 암살당한다. 가톨릭은 즉시 그를 순교자로 칭했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틱트 16세는 로메로를 순교자로 공식화하는 과정을 진행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바티칸 내 보수주의자들이 로메로를 해방신학의 대표 주자로 지목하면서 그가 종교적인 이유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암살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메로 주교를 성인반열에 올리겠다는 발표를 했다. 교황은 오랫동안 로메로 주교를 존경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향해 '네 이웃을 위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좇아 죽임을 당한 자들도 신앙고백을 하며 죽은 사람처럼 순교자로 보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순교에 대한 교회의 해석에 중대한 변화가 있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폴리를 순교자로 보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들은 폴리가 극단주의 이슬람을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의 슬로건이나 이라크를 향한 보다 강력한 서방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등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그렇기 때문에 폴리 기자를 살해한 이슬람 단체의 저의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폴리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것일까? 아니면 미국인이기 때문에 살해된 것일까? 또는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하기를 거부해서 일까? 아니면 이슬람 극우세력들이 서방을 자극하기 위해 그를 죽인 것일까? 폴리를 순교자로 칭하기 전에 그가 신앙때문에 죽은 것인지 아니면 자유를 위해 순교한 것인지 명확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잡지 릴리전 디스패치(Religion Dispatches)의 컬럼니스트, 앨러나 메세이는 "폴리가 죽음을 목전에 둔 마지막 순간에 기도를 했다는 주장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픽션으로 통속적인 추측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론 그는 매 순간 기도했겠지만 그를 순교자로 볼 만한 그 이상의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메세이는 폴리를 순교자로 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각이 있다고 말한다. 종교가 아니라 국적 때문에 살해를 당했다는 것과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죽을 각오로 벌이는 지옥과 같은 전쟁터에서 어떤 일이 가능했을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폴리를 순교자로 보는 것에 문제가 있든 없든 그가 수 백만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교자로서의 요건을 갖췄다고 믿는다. 가톨릭 신자, 피아 데 솔레니는 자신의 블로거에 "우리는 '순교'의 의미를 값싸게 만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난 비상례적인 것에 대한 목격담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과 순교를 무시해 버림으로 이러한 목격담들을 싸구려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화중 기자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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