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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길 찾을 북한의 새로운 미술 작품 만나다

기사승인 2016.10.29  07: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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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첼시에서 한국 예술 포럼' 기획한 '코리아 위드 코리아' 전시회 열려

예술은 참 재미있다. 작가가 보고, 표현하고, 만든 세상에 초대되어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처럼 흥미로운 일이 없다. 물론 재미와 흥미만이 예술의 전부는 아니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자 힘, 그 자체인 탓이다.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도 가장 다양하게 활동하며 융성했다. 브로드웨이는 대표적 대중예술 뮤지컬을 공연하는 극장이 즐비하다. 각종 콘서트는 공연장과 길거리에서 언제든 접할 수 있다. 

대중예술만 아니라 미술관도 쉽게 볼 수 있다. 뉴욕현대미술관 같은 대형 박물관만 아니라 중소 갤러리도 길가에 즐비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거워할 일이다. 그런 뉴욕의 한 미술관에서 '한국 예술 포럼'(Korea Art Forum)이 기획한 의미 있는 전시가 열렸다. 

남한과 북한, 중국, 미국 작가들의 그림을 한곳에 모았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돕기 위해 예술적 교류와 이해를 넓히려 기획된 전시회 ‘코리아 위드 코리아’(Korea with Korea)를 <뉴스 M>이 찾았다. - 기자 주

[뉴스 M = 유영 기자] 우리를 초겨울로 안내할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맨해튼 ‘하이 레인 파크’를 따라 첼시로 내려가는 길거리의 나무들을 보니 계절의 변화가 더 확연하다. 20번가에 있는 ‘오자뉴스 아트 스페이스’(Ozaneaux ArtSpace)까지 비바람을 맞으며 걷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홍도의 작품을 이용해 당시 민중의 삶을 종합해서 볼 수 있도록 새롭게 해석한 '북한 작가'의 작품. ⓒ<뉴스 M> 경소영

515번지 4층에 있는 갤러리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김홍도의 그림을 보고 한국 그림이 걸린 전형적인 전시회라는 느낌을 받으려는 찰라, 한행길 큐레이터가 “북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그림은 사상화, 전투 역사화 ‘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그림이 있었다니 놀랐다. 

"이 그림은 김홍도나 신윤복 등 예전의 화백들의 그림을 이용해 우리 민중이 살아오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예전의 화백들이 남긴 그림들에서 단편을 따와 한 그림에 이야기를 엮어 놓은 것이지요. 이러한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미술적 시도와 혼합이 북한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작품을 설명하는 한행길 큐레이터. ⓒ<뉴스 M> 경소영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핵무기와 선군정치, 가난 말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북한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갤러리에는 북한 작가 4명(최창호, 김현일, 오성길, 리선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리선명 작가의 작품이 눈에 들었다. 유화, 저 멀리 숲길을 걸어가는 북한의 아이들이 보인다. 사실 아이들은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유화로 표현한 북한의 숲길이다. 유화로 표현했는데, 나이프로 유화를 긁어 숲의 질감을 드러냈다. 

20대 리선명 작가의 작품. ⓒ<뉴스 M> 경소영

한행길 큐레이터는 이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세계 미술의 흐름과 역사를 접하지 못한 북한의 20대 젊은 작가가 그려낸 작품인 탓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천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선명 작가는 북한에서 이뤄지는 미술 교육만 받은 작가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주류 작업은 사상화, 전투 역사화 등을 많이 다룹니다. 추상화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요. 그런데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만의 새로운 화풍과 표현으로 작업합니다. 자기 생각과 표현을 스스로 개발해 낸 것이지요. 그러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누구나 미술 작가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기량 대회를 통해 주류 화가로 나갈 길이 있으니까요. 우선 동네 기량 대회가 열립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은 도시 기량 대회로 올라가고, 선정되면 그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종 대회인 전국 기량 대회에 올라온 작품 두 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미술관과 창작사들은 자기들 소속 미술가들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작품평가회를 갖습니다.  완성된 작업이 아니라, 진행 중인 작업을 다른 작가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체계입니다. 지금 보시는 리선명 작업은 만수대에서 열린 작품평가회에 갔다가 발견하고 크게 감동해 전시회에 초청했습니다.

폐쇄된 사회로 알려진 북한에서 ‘새로운 시각을 지닌 작가들의 노력으로 예술의 발전이 일어난다’는 말은 당연하게 들리면서도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르네상스를 열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했다는 사실도 예술가들이 먼저 표현했다. 북한의 도달한 새로운 시각과 시대를 이 그림들은 말해주는지 모른다. 

갤러리의 작품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미국인 관람객들. ⓒ<뉴스 M> 경소영

이번 전시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싶어 기획한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남한과 북한이 만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뉴욕에서만 꿈꿀 수 있는 민간 예술 교류인 까닭이다. 한행길 큐레이터는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21세기 들어 20년이 지나가는데, 분단을 넘어설 통합과 융합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바랐다고 강조했다. 

“분단된 우리 현실에서 새로운 정체성의 필요를 느꼈습니다. 1세기 가까이 지속된 분단을 넘어서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현실을 이겨나갈 통합과 융합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합니다. 이러한 시기 다양한 시각과 가치관이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과 통합, 세계의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려면 21세기 한국,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모방으로 너무 쉽게 가려고 하는 우리의 상업적 정체성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고가 너무 빈약합니다.

같은 시대에 살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 동시대성을 보입니다. 그런데 예술은 너무 상업화, 스타일화 되어 갑니다. 상업화된 예술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걸 깨어갈 수 있는 다른 세계의 작품을 보여주며, 다양한 동시대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영향이 적은 북한과 중국의 작품을 들여와 아시아에서 이뤄지는 예술 세계의 이면을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열린 동시대적 미술의 장을 열어보자는 것이지요. 이리저리 떠도는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백두산 천지를 그린 북한 작가들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천지를 그렸지만, 모두 다른 질감, 다른 표정, 다른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시각, 예술적 발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북한 미술에는 '백두산 천지'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 많다. 하지만 작품들은 모두 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뉴스 M> 경소영

이러한 작품들은 분화구를 그린 한국과 미국 작가의 그림과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다. 미국 미니멀리즘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세스 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로버트 모리슨 작가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한국인 최성호 작가의 설치 미술이다.

특히 최 작가의 작품은 40피트(12m) 규모로 알려진 공공 예술 작품이다. 큰 크기의 분화구 안에는 물이 가득 찼고, 그 물 위로 남과 북으로 나뉜 조형물이 떠다닌다. 하나 되지 못하는 한반도의 현실과 물로 표현된 외부 상황에 부유하며, 뿌리내리지 못한 한반도의 현실이 담겼다. (전시회에는 미니어쳐가 제작되어 있다.) 

최성호 작가 작품 외에도 장홍선, 주태석, 윤자영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 작가는 조엘 카렐리오, 안톤 긴즈버그, 로버트 모리스, 플랭크 웹스터 등이 참여했고, 시유티안, 왕샤오, 우가오정, 양센 등 중국 작가 4인 작품도 볼 수 있다. 

미니어쳐로 제작된 최성호 작가의 작품을 보는 아이. ⓒ<뉴스 M> 경소영

이번 전시는 ‘한국 예술 포럼’(Korea Art Forum)에서 진행했다. 지난 2013년 뉴욕에서 세워진 비영리 단체다. 설립한 시기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남한과 북한의 예술 교류를 위해 전시를 열어 왔다. 이러한 시도가 쉽지 않은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한행길 큐레이터가 밝힌 어려움은 두 가지였다. 먼저, 북한의 새로운 작품들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방문하고, 작가를 찾아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유엔 대사관에 협력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기획 의도에 공감한 북한 유엔 대사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북한 미술 단체에서도 처음에는 사상화와 전투 역사화를 제안했지만, 한국 예술 포럼이 찾는 새로운 시각에 동의해 지금 같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전시 기획을 이끈 한행길 큐레이터. 그는 북한과의 예술 교류가 한국의 새로운 가치관 논의가 일어날 좋은 소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뉴스 M> 경소영

“북한 작품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전시 준비입니다. 비영리 단체가 진행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요. 올해는 미국의 앤디 워홀 재단에서 도움을 주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정말 크게 어려웠는데 말이지요. 남북의 예술 교류를 증진하고, 대화할 폭을 넓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작품 감상을 마치고 갤러리를 나섰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술 작품을 통한 새로운 바람을 접하니 집에 가는 풍경이 조금 달라 보인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상의 흐름이 먼저 시각화되는 곳이 미술 작품인 탓일까? 돈의 논리를 떠나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밤거리를 볼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 어쩌면 우리 분단의 현실도 그러한 밤거리에서 만나게 될 것만 같다.

장소 : 515 W 20th St, 4E, New York 
문의 : (347) 840-1142, hhan@kafny.org
기간 : 10월 20일부터 12월 7일까지 

유영 young2@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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