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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안철수- 성서 인물로 본 대선 주자 (1)

기사승인 2017.04.12  15: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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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다윗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사울은 기독교 전통에서는 실패의 전범(典範)이다.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 당 대통령 후보를 사울과 비교하려는 시도는 안철수에 대한 비호감을 드러낸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기독교인이 생각하는 사울이 다윗에 가려진 무능한 왕인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만 유대교 랍비 문학에서는 사울에 대한 긍정적인 전통도 존재한다. 그러기에 기독교의 창시자 사도 바울도 본래의 이름이 사울이지 않았는가? 사울왕이 그토록 실패한 인물이었다면 누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겠는가? 게다가 사도 바울과 사울왕은 같은 베냐민 지파 소속이다. 지파에서 나름 '잘 나갔던' 사람이었다는 방증이다.    

다윗이 사울을 피해 블레셋 사람들을 통치한 가드의 왕 아기스에게 의탁했던 일은 목사들의 미사여구에 의해 하나님에 의한 시련의 기간으로 포장되지만 어쨌든 '친일'인건 틀림없다. 반면 사울은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에 맞서 싸운 왕이다.

2015년 미국의 이름(FIRST NAME) 통계를 보면 '사울'의 선호도는 494위다. 같은 순위의 여자 이름이 우리에게 낯익은 Tiffany인 것을 보면 결코 외면 받는 이름이 아니다. 남자의 이름 중 Dennis, Tony, Chris 처럼 흔한 이름들이 500위권이다. 유명 인사로는 1976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소올 벨로우가 있고,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정신적 스승인 시카고 지역의 전설적 시민운동가 소올 알렌스키가 있다.

안철수 후보를 사울에 비교한 데 대한 지지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서론이 너무 길었다. 결코 나쁜 의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울이 유력한 아버지 '기스'의 아들이듯이 안철수는 부친이 의사인 유력한 집안 출신이다. 스스로를 금수저가 아니라고 여러 '설화'들을 동원하지만 일제 시대 관료였던 할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이미 그가 남다른 집안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은 증명된다. 사울은 잘생기고 키가 커서 당대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남성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외모와 신체 조건이 곧 스펙이었다.  안철수 역시 남들이 넘볼 수 없는 스펙을 골고루 갖춘 존재다. 

사무엘이 사울을 왕으로 세우면서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과정(사무엘상 9~10장)을 보면 가히 '편파적'이다. 다윗의 돌팔매질 같은 성과가 없었는데도 오직 스펙 하나만 보고 그를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선택한다. 안철수가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장면과 흡사하다.

지난 국민의 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전남 목포시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아 ‘호남 미래프로젝트’로 호남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 /자주시보 사진

초기에 그는 여러 전쟁에서 연승하면서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 간다. 그러나 블레셋과의 전투를 앞두고 사무엘이 자신이 계획한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지지 않자 스스로 번제를 드렸다가 사무엘에게 호된 질책을 받는다. 자신이 예언자의 역할을 해버렸던 것이다. 이 때부터 사무엘의 분노가 폭발해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게 된다.

무엇 때문에 사무엘이 그토록 분노했을까? 사무엘이 사울을 '편파적'이리만큼 선호했던 이유는 그에게 '얼굴'만 되어주기를 바랬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가 '감히' 사무엘을 중심으로 하는 구세대 개혁 세력의 영역을 넘보았을 때 사무엘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의 성공 이미지는 그를 '얼굴'로 내세워 개혁하려는 이들에게는 딱 맞는 조건을 갖추었다. 그런데 안철수가 정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잘난 '스펙 하나만을 믿고 자기의 정치를 하려는 순간 최장집도 장하성도 금태섭도 떠났다. 그들의 이탈을 두려워할 안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출신도 별볼일 없고 혈통도 섞인 다윗이 그의 정적으로 등장하자 사울은 자기 분에 견디지 못해 조금씩 파멸에 이르게 된다. 승전의 횟수도 예전보다 줄어들자 갑자기 사울은 죽은 사무엘의 유령과 조우하는 기괴한 경험을 한다. 안철수의 '새 정치'를 지지하던 인사들이 떠나자 그곳을 비집고 들어온 세력이 바로 김대중 우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미 '김대중 정신'은 '유령'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지금 야권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하는 김대중 우파와 노무현 문재인의 맥을 잇는 김대중 좌파로 분열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김대중 우파는 와해되었고 '호남'의 정서 일부가 우파의 건재함을 지난 총선에서 보여주었다. 김영삼이 보수에 투항함으로써 야권의 중원을 차지하려는 김대중 좌파와 우파의 싸움은 노무현 후보와 후보단일화 협의회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꽤 오래된 싸움이다.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한 우파는 이인제 정몽준 안철수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자기 살길을 찾고 있다.

유령을 만나러 가면서 변장했던 사울처럼 지금 안철수 후보는 변신 중이다. 김대중 우파도 잡고 싶고 진짜 우파들도 놓치기 싫다. 보수 언론들을 그에게 전통 우파들과 손을 잡으면 이긴다고 계속 유혹하지만  안철수가 전통 우파들과 손을 잡는 순간 김대중 우파들은 대부분 떠나게 된다. 아무리 유령이라고 해도 마지막까지 사울에게 쓴 소리를 했던 사무엘의 유령처럼 '김대중 정신'은 좌우를 막론하고 아직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를 사울에 비교한 것은 정말 악담인가? 그렇지 않다. 사무엘과 틀어진 후에도 사울은 어느 쪽으로 가서 싸우든지 늘 이길 만큼(사무엘상 14:47) 강했다. 그가 왕으로 재임할 당시 이스라엘의 영토도 확장되었다. 다윗이 왕위에 오르고도 북방의 10개 부족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기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듯이 사울의 세력은 그의 사후에도 오래 지속되었다. 지금 안철수가 그렇다. 보수 진보를 불구하고 그를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은 확장 중이다. 보수 언론을 넘어 한겨레와 경향까지 친 안철수 논조를 전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필요한 일은 진심으로 낮아짐을 경험하는 일이다. 만들어진 설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낮고 겸손한 안철수가 아니라 금수저임을 당당히 인정하면서 반대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낮은 자들이 정말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이해는 못해도 경청은 해야 한다.  

놉 지역의 제사장들이 다윗의 피신에 도움을 주었다고 그들 모두를 학살했을 때부터 이미 사울의 운명은 예견되어 있었다. 왜 그들이 다윗의 피신에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가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속한 이들의 절규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동반한다면 그는 성공한 사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기대 편집장 gilbert@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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