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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랜'은 옳다. 왜냐면

기사승인 2017.04.15  13: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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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김어준이 제작한 <더 플랜>(감독 최진성)이 마침내 공개됐다. 지난 18대 대선 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더 플랜>은 제작자의 말처럼 일체의 편견을 배제하고 오직 데이터로만 분석한 점이 돋보였다. 기계에 (계획된) 오류가 있을 수 있듯이 아무리 객관적 수치를 다루었다 할지라도 제작자의 의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실험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애쓴 흔적이 영화 내내 감지된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룬다.

1. 2012 대선에서 16%의 투표장의 개표결과는 모든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방송을 탔다. 심지어 표를 계수하기도 전에 결과가 나온 곳도 있었다.

2. 의문의 k값 1.5

선관위가 도입한 개표분류 기계의 경우 정상적인 선거라면 분류가 안되는 미분류표는1% 내외여야 하는데  2012 대선에서는 3%가 넘었고 표수로는 약 110만표였다.

또한 투표 현장에서 집계된 표는 가장 정확한 모집단이기 때문에 분류표의 후보1/후보2 비율과 미분류표의 후보1/후보2 비율은 같거나 최소한 유사해야 한다. 즉 1에 근접해야 한다. 그런데 전국 261개 투표소의 분류표 비율 대비 미분류표 비율은 모든 곳에서 1.5 내외로 나왔다. 박근혜 후보의 표가 더 많이 미분류되었는데 이게 정상표로 재집계되는 과정에서 동일한 비율이 유지되면 결과는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3. 실험   

가상의 표 1만표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다. 이 기계에는 해커들이 삽입한 조작코드가 들어있다. 후보1 후보2에게 각각 4950표씩, 미분류표 50 무효표 50을 넣고 실험한 결과 후보1에게 5천표가 넘는 표가 가버렸다.

두 번째에서는 후보1에게 4700 후보 2에게 5100을 넣었지만 역시 후보 1이 5천표를 넘는 득표를 한 결과로 나왔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더 플랜>의 공개가 가져온 후폭풍은 크다. 부정선거가 마침내 증명되었다며 차기 정부에서 확실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음모론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적지 않다.  <더 플랜>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k값이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는 점, 일부 지역에서 동일한 비율로 문재인 후보가 더 많이 미분류표로 집계되었다는 점, 선관위 시스템은 개표 당시 모든 온라인이 차단되기 때문에 외부의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중 후자에 대한 부분은 영화에서 설명된다. 해킹 프로그램의 용량은 아주 작아서 usb 하나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도 프로그램을 심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선관위 시스템이 개표 전에 잠시 온라인에 접속되었던 사실을 영화는 밝혀 낸다.

<더 플랜>을 음모로 보는 야권 성향의 사람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나라를 망쳐 놓았어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 정말 그랬다면 다수의 협조자가 있었을 터인데 내부고발자 하나 없는 점도 '부정선거'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든지 내부 고발자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자본'이 '명예'와 '정직'을 앞 선 이후로 내부고발은 어려워 졌다. 게다가 '좌파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애국심'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면 공모자들의 자백은 물건너 갔다.   

박근혜가 구속된 마당에 옛일을 들추어서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현실론도 작용한다. 괜한 음모론으로 역풍을 맞아 이번 대선까지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보수 후보들은 불복론으로 문재인을 흠집내려고 <더 플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을 것이 뻔하다.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면 야권 성향이면서 <더플랜>을 마뜩잖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적어도 이 시점에서 김어준의 시도는 옳다.

'부정선거'라는 말이 가져올 역풍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그럼 지난 선거가 '공정선거'였냐고 되물어야 한다. 일단 부정개표 시비는 차치하고라도 국정원이 개입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난 선거는 부정선거였다. 그것이 당락에 미친 영향을 계량할 수 없다고 해서 부정선거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승복'못할 이유는 충분히 되었지만 우리 모두는 승복 프레임에 걸려 들었었다. 

해방 후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원인을 이승만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해방도 되었고 새로운 정부에서 행정능력을 갖춘 사람도 필요했을 것이고 그래도 이승만이 독립운동도 하던 사람인데 잘 알아서 하겠지라는 대중들의 현실론이 해방공간에서 고개를 들었을 것이다.

지금 부정선거를 입에 올리기 껄끄러워 하는 사람들은 그 때의 현실론자들과 비슷하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증거도 불충분한 것을 밝혀서 좋을 게 뭐 있냐는 심리가 부정선거를 함구하게 만든다.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체제를 뒤흔들만한 이슈를 외면함으로써 자기 방어기제로 삼는 모순된 심리다.

나치 전범을 끝까지 추적하듯이 밝힐 것은 끝까지 밝혀야 한다. 다 지난 일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면 친일파 청산의 실패 논리와 같아 진다. 김어준의 끈질긴 '부정선거'주장을 응원해 주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당시의 박근혜 후보 선대위 공보단장이었고 국정 농단 사건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던 이정현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의 불법선거 운동이 도를 넘어 자행되고 있다, 설령 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 투쟁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문 후보가 불법선거 운동을 하고 나서 당선된다고 해도 당선무효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황승현의 ‘부정선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책보세, 2013)에 나오는 대목이다. 저들은 불복을 이야기하는데 진보진영은 항상 점잖은 체하며 부정을 외면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황승현은 보수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진보의 착각을 이유로 든다. 보수 언론이 만들어 낸 불복 프레임 때문에 부정선거 의혹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그들 역시) 박근혜에 반대하지만 부정선거라는 몰상식한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진보를 해치고 있다고 단정해 버린다. 부정을 저지른 보수 세력은 입을 다물고 있는데 진보 진영이 먼저 나서서 합리와 민주주의의 꽃이 승복인냥 승복 프레임에 빠져든다.

결국 이들이 빠져드는 고민은 황승현의 책 제목처럼 '부정선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 책이 쓰일 때는 감히 박근혜의 구속을 상상이야 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정말 청와대가 부정선거였다고 자백할까 두려워 하는 마음을 진보진영이 되려 갖고 있다는 뉘앙스를 제목은 담고 있다. 국정 혼란이나 국정 중단 같은 판에 박힌 클리셰를 진보 진영이 거론하면서 '부정선거'논란을 눈감아 주었다는 말이다. 부정선거로 인한 후폭풍을 두려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국정혼란도 중단도 없었다. 상상력의 부재가 사람들의 입을 막았다. 

민주주의는 과정이라고 그렇게 외치면서 선거 과정의 불법을 지적하지 못하고 그것이 낳은 결과를 인정하려고 하는 이들은 민주주의자도 아무 것도 아니다.

김어준의 <더 플랜>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개표과정에서의 심각한 오류 가능성을 지적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값지다. 영화의 개봉이 가져올 파급력이 어느 특정 진영에 유리할 것인가를 결과론적으로 따지는 일은 무가치하다.  과정의 문제를 짚어 준 영화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영화 <도그빌>(라스 폰 트리에 감독, 2003년)을 본뜬듯한 <더플랜>의 시작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면 범죄가 불가능하듯이 시민의 감시가 이번 대선에서 큰 활약을 할 것이다. 

김기대 gilbert@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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