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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7.04.19  07: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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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인물로 본 대선후보(2) - 모세와 문재인

인터넷에 '문재인 상남자'라고 검색해보면 문재인 후보가 참여 정부의 비서실장 시절 국정 조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동영상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문재인 비서실장은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맞서다가 말을 끊는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에이~씨'라고 짜증을 낸다. 문재인을 향한 사람만 좋다는 세간의 우려 섞인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지자가 올린 것으로 보인다.

피난민을 부모로 둔 실향민 가정, 장학금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비명문 대학을 택했던 명문 고교생, 학생운동, 강제징집, 특전사에서 훈장 받은 사병, 인권변호사,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앙다물었던 입, 장례식장에서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예를 갖추던 모습에서 그의 강단은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런데 그는 왜 항상 유순한 사람으로 보일까? 외유내강이라는 상투적인 말로 넘어가기에는 뭔가 부족한 우유부단함이 그에게 보인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이런 점을 가리켜 문재인은 멍석을 깔아주어야 나서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그는 노무현 이후 친노세력을 이끌고 갈 새로운 간판 선수로 뛰어 줄 것을 수 차례 요구 받았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되는 당의 위기 상황에서도 이같은 요구를 묵살해 오다가 노무현 사후에야 선거 일선에 나섰다.

멍석을 깔아주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멍석을 운명처럼 받아 들였다. 그는 대학시절 총학생회장도 아니었는데 총학생회장이 시위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그 때 학생회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강삼재였다. 서울의 봄 당시에는 얼떨결에 복학생 대표를 맡았고 노무현을 만나면서 인권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책 제목이 '운명'인 까닭이다.  

이런 문재인의 기질을 김태형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노무현은 옳다고 확신하면 당선이 보장된 곳을 마다하고, 승산 없는 지역구에 과감하게 출마했던 정치인이다. 문재인은 옳다고 확신하더라도 승산이 없는 지역구에는 절대로 출마하지 않는 정치인에 가깝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자개표기에 의한 개표 부정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문재인은 비록 의혹이 많기는 하지만 문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략) 그는 국민의 맨 앞에 서서 가시밭길을 헤치고 피 흘리면서 국민이 나갈 길을 열어주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들이 멍석을 깔아주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정치인이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원더박스 2017년, 62~63쪽)

모세는 안락한 왕궁생활을 하다가 제 백성끼리 싸우는 모습을 참다못해 싸움판에 끼어 들었다가 살인죄를 저지른다. 이로 인해 동족들에게도 비난을 받자 그는 광야로 몸을 숨겨 양떼를 치는 범부(凡夫)로 살아간다. 안철수를 비롯한 여러 세력의 공격으로 당내 갈등이 지속되자 문재인은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정면으로 돌파하기 보다는 자기의 진심이 왜곡되는 것을 못 참아 했다. 그는 분명 범부처럼 살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범부가 되고 싶었던 그는 모세가 호렙산에서 야훼와 조우하듯이 운명처럼 당대표를 맡아 선거를 치른 끝에 2016년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함으로써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된다.

모세가 히브리인들을 이집트로부터 탈출시킨 위대한 민족지도자가 되기까지 야훼는 그에게 10번의 멍석을 깔아 주었다. 파라오를 향한 10번의 재앙은 첫 재앙부터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모세는 매번 주저한다. 마침내 10번째 재앙, 파라오의 장자의 죽음을 확인하고서야 그는 길을 나선다. 박정희 체제의 장자 박근혜의 정치적 죽음 이후 문재인은 비로소 확신을 가지고 길을 나선다.  

그래서 김태형은 이렇게 우려한다.

"멍석을 깔아줘야만 움직이는 문재인의 정치 스타일을 언젠가 국민의 피로감을 임계치까지 끌어 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위의 책 63쪽)

광야에서 모세는 늘 주저했다. 마실 물이 없다고 투덜대는 백성들 앞에서 그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하나님 앞에 함께 투덜대었다. 백성들에게 법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10개 조항의 법률(십계명)을 만드는데 무려 40일이나 걸렸다. 그것을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산을 내려왔지만 지역 기득권을 가진 가나안 부족들의 흉내를 내는 히브리인들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돌판을 깨버린다. 아마도 그는 돌판을 집어 던지며 "에이~씨!"라고 단말마적 외침을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모세의 가장 큰 장점은 신복( 神福,야훼)이었다. 어떠한 경우에서든지 야훼는 모세의 편을 들어 주었다. 고라를 비롯한 여러 반대 세력은 야훼가 나서서 직접 제거해 주었다(모세의 지도력에 반기를 들었다가 생매장 된 사람 -민수기 16장).  반면 문재인에게는 모세의 신복 못지 않은 인복이 있다. 그가 어떤 실수를 저질러도 옛 노사모를 중심으로 하는 후원층의 지지는 끄떡하지 않는다. 나꼼수로 형성된 김어준 키즈들은 모두 열성적 '문빠'들이다. 김종인 손학규는 딱 '고라'같은 신세가 되었다. 언론을 비롯한 진보 기득권에서 손학규와 김종인을 포용하지 못하는 문재인을 비판했지만 지지자들이 알아서 그들을 정리해 주었다. 일부가 구세력에 기대어 고라가 되려다가 대세론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가 나서서 세력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자발적 지지자들이 스스로 세력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른바 '반문', '비문'들은 번번이 헛물을 켠다. 별로 보여준 것 없이 이처럼 열성적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것은 대단한 자산이다.

그런데 모세는 40여 년의 긴 세월을 고생한 보람도 없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그는 무척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야훼는 그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야훼의 복을 받아 오던 그였는데도 말이다. 

"'주 하나님, 주님께서는 주님의 크심과 권능을 주님의 종에게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어떤 신이 주님께서 권능으로 하신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저를 건너가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요단 저쪽 아름다운 땅과 아름다운 산과 레바논을 보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들 때문에 나에게 진노하셔서, 나의 간구를 들어 주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으로 네게 족하니, 이 일 때문에 더 이상 나에게 말하지 말아라. 너는 이 요단 강을 건너가지 못할 것이니, 저 비스가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너의 눈을 들어, 동서남북 사방을 바라보아라. 너는 여호수아에게 너의 직분을 맡겨서, 그를 격려하고, 그에게 용기를 주어라. 그는 이 백성을 이끌고 건너갈 사람이며, 네가 보는 땅을 그들에게 유산으로 나누어 줄 사람이다.'"(신명기 3: 24-28)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데는 백성들의 불순종과 모세의 피로도가 크게 한 몫 했다. 민수기에 보면 물이 나오지 않자 그는 지팡이를 바위에 두 번이나 내려침으로써 야훼가 내려준 매뉴얼을 어겨 버린다.  4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축적된 피로도가 그를 다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문재인은 대학시절 학생운동 때부터 올곧은 삶을 살아온 40년 세월의 평가를 받기 직전에 와 있다. 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모세처럼 실패할 것인가? 모세의 신복만큼이나 인복이 많던 그가 유권자들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탄핵정국에서 가나안 길목 요단강까지 왔던 그였지만 언론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의 공격으로 갑자기 가나안 진입이 불투명해졌다.  

이제는 인복에 의존하기 보다 더욱 과감한 그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얼마 남지 않았다.  

김기대 편집장 gilbert@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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