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일선 목사들은 어떻게 볼까?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일선 목사들은 어떻게 볼까?
  • 지유석
  • 승인 2017.04.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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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 주자들, 보수 대형교회 지나치게 의식했다”

종교인 과세는 종교계의 해묵은 논란이다. 종교인 과세가 쟁점으로 떠오른 시점은 지난 2012년 3월로, 당시 박제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교인 비과세 재검토 방침을 내비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종교인 과세는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4년 2월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며 종교인 과세를 시사했다. 다음 해인 2015년 12월엔 목사, 신부, 스님 등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정 소득세법 공포안’(아래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종교인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소득이 연간 4000만원 이하일 경우 과세하지 않는 경비를 80%까지, 4000만~8000만원이면 60%까지, 8000만~1억5000만원은 40%까지, 1억5000만원이 넘으면 20%까지 인정해주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2018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가 시행하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KBS TV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대선주자들. ⓒ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시행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후보 측은 “과세당국이 각 종교, 종단 등과 긴밀히 협의해 종교인 소득에 포함되는 다양한 소득원천과 지급방법에 대해 상세한 과세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행 유예 등을 비롯한 다각적인 정책 방향을 검토해 추진하겠다”, 안 후보 측은 “아직 시행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역시 종교인 과세에 적극적이지 않다. 

대선 후보들의 이 같은 입장은 종교계, 특히 대형교회가 주축이 된 보수 기독교계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보수 기독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줄곧 반대해 왔다. 보수 기독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2015년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입법 추진하자 아래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제정하여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한국에 큰 교회들은 현재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법으로 강제성을 띠기보다는 교회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강한 표결집력을 보여왔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수 대형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강남 보수 대형교회인 소망교회 장로이기도 했다. 따라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종교인 과세에 미온적인 이유도 이 같은 표결집력을 의식했을 공산이 크다. 

“표를 의식한 종교인 과세 유예는 법치 흔드는 일”

이제 보수 기독교계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볼 차례다.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 명분은 크게 세 가지다. 즉 1) 종교인은 노동자가 아닌 성직자다 2) 수입이 적어 과세 실효성 없음 3) 세무조사 등 종교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 가톨릭 등 다른 종단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보수 기독교계의 논리가 군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향신문>은 2014년 11월 사설을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종교계 전체가 납세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천주교는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이미 199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다. 불교 역시 과세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개신교에서도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내는 목사들이 많다.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다. 목사의 소득과 교회 재정 운영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꺼려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종교인 과세에 미온적인 데 대해 일반 목회자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기자는 3명의 목회자에게 의견을 묻기로 했다. 이 분들은 가장 큰 교세를 보유한 보수 장로교단 소속이며, 독립적으로 목회활동을 하는 이들이다. 대형교회에서 시무하는 목사들은 일단 배제했다. 

예장합동 교단의 A 목사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못 박았다. A 목사는 그러면서 종교인 과세 입장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종교인 과세 관련 세법안을 마련해 시행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장통합 교단 소속인 B 목사는 “유력 대선후보들이 보수 대형교회 눈치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A 목사와 마찬가지로 지지후보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집권 한다면 “과세를 한다 안한다 발표만 하지 말고, 과세가 어느 정도의 소득에서 되는지 교육하거나 홍보한다면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C 목사는 “종교인도 국민이다. 따라서 과세는 당연하다”며 종교인 과세에 찬성했다. 이어 유력 대선후보들이 보수 대형교회 눈치를 보는데 대해 “표를 얻기 위해 과세를 유예하는 건 법치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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