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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한 미군 철수할 때

기사승인 2017.04.25  23: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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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정치, 경제적으로 전 세계에서 견줄 만한 상대를 찾기 힘든 초강대국 미국이 도대체 왜 이 가난하고 고립된 변방의 작은 나라에 발목이 잡혀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간단하다. 미국은 지금껏 미국과 별 상관이 없는 이곳에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언젠가부터는 발을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한반도 정세에 깊게 관여하기 시작한 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다. 이어 도래한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면서 한반도는 미소 양강의 각축장이 되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은 미군 3만7천 명의 목숨을 희생해가며 간신히 한반도 전체의 적화(赤化)를 막아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국의 지위는 불안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하면서 공산주의 물결이 아시아 내 다른 나라로 퍼지지 않도록 막는 것은 미국의 지상 과제였다.

냉전도, 공산주의의 득세를 우려하던 시절도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간 옛날이야기다. 이제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고, 한국도 예전처럼 주변국의 도움이 없으면 홀로 서지 못할 나라가 아니다. 미국도 한반도에 예전 같은 책임감을 가질 이유가 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여러 나라를 상대로 펼치는 외교정책과 접근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외교 정책은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더 효과적으로 지키려는 목표 아래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표 외교 정책을 세우기 가장 좋은 무대가 바로 최근에 책임지지 못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북한이 있는 한반도다.

한반도는 이제 주변 열강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각축장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미군이 전력을 감축하면, 이내 유럽 어딘가에 있는 소련과의 또 다른 전선에서 드러난 약점을 메우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소련은 한참 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지켜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도 소련의 붕괴와 함께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만약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난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 자명한 비극이 되겠지만, 미국이 여기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전쟁의 참화는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군이 계속 한국에 주둔하면 작은 갈등의 불씨가 삽시간에 확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얼마든지 남는다.

한국은 미국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스스로 국방을 책임질 수 있다. 남한은 1960년대부터 북한의 경제력을 따라잡기 시작했고, 1980년대 민주화를 이룩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이 대기근을 겪으며 고생할 때 남한 경제는 연이은 호황을 이어왔다. 이때 남북한 사이의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지고 난 뒤였다. 경제력은 강력한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제일 요소다. 따라서 남한은 잠재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할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과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전례를 따라 한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국방에 투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철군 계획에 반기를 들었던 건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군 수뇌부였고,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을 힘으로 압도하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냉전이 끝나고 난 뒤 미국은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도 동맹국에 일정 수준의 안보를 제공했다. 현재 한국에는 미군 28,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한 주일미군과 아시아태평양 사령부 곳곳의 미군 전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군사적인 카드를 보여주며 엄중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때 미군은 북한 영공 근처에 폭격기를 띄우거나 북한에 가까운 공해 상에 항공모함을 보낸다.

 

주한미군이 없어도 얼마든지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미군은 아직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걸까?

도덕적 의무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로버트 맥코이 등이 이런 주장을 펴는데 요점을 추리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반도 상황에 미국이 멋모르고 개입해 한국이 분단되는 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중에도 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일 뿐이다. 전 지구적 규모의 전쟁을 치른 뒤 찾아온 혼란기에 미국 관리 중 누구도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반도에서 소련과 맞서는 걸 우선순위로 여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어땠겠는가? 김일성 왕조가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수립됐을 것이 뻔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국 미국은 공산주의와 독재로부터 남한을 구해냈으니 정말 좋은 일을 한 셈이다. 응당 칭찬받아야 할 미국은 그러나 남한에서 줄곧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영원히 한반도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는 미군 주둔이 남한의 안보에 실제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한국은 더 이상 1950년대처럼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이 없지 않다. 미군의 재래식 전력이 적절한 때 한국에서 철군했다면 이미 훌륭한 안보 태세를 스스로 갖추고도 남았다.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경제에 인구도 두 배 이상 많고, 기술도 압도적이다. 여기에 국제 사회의 지지와 후원도 압도적으로 남한 편일 테니, 한국 정부는 얼마든지 북한을 억제하고 유사시 제압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 것이고, 다른 분야의 희생을 일부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제일 의무가 다름 아닌 자국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면, 이는 한국 정부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면 조금 더 일관적인 대북정책을 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대중 행정부가 편 햇볕정책은 북한에 총 100억 달러 상당의 현금과 물자를 지원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결국 군용 물자로 전용돼 미사일과 핵 개발에 쓰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햇볕정책이 가능했던 것도 미국이 빈틈없는 안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 달 선출되는 차기 한국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다시 추진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처럼 미국이 비용을 떠안으며 안보 우산을 제공하리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 한국은 어떤 정책을 펴든 거기에 따르는 비용을 치르고 정책의 혜택을 누리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설사 미군이 떠나면 한국의 안보가 위기에 처한다고 해도 그것이 미군이 계속 한반도에 머무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미군이 지구방위대처럼 분쟁 지역 곳곳에 이리 갔다 저리 가는 식으로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 자국의 결정적인 이익이 침해받을 위기에 처했을 때만 전쟁이라는 수단에 기대야 한다는 원칙은 미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

한국의 번영은 미국의 결정적인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맹국의 경제 번영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안보 논리만 놓고 보면 그렇다. 남북한 사이에 무력 충돌이 빚어지면 이는 실로 끔찍한 일이겠지만, 미군이 한반도에 없다면 한국전쟁은 미국에 안보와는 관련이 없는 그저 인도적, 경제적 차원의 국제 분쟁일 뿐이다. 전쟁에 막대한 비용이 들겠지만, 대부분 이 지역의 이해 당사국이 비용을 치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한, 남북한의 충돌은 자동으로 미군의 개입으로 이어지고, 순식간에 확전돼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보다 더 큰 규모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군인 수천 명의 목숨과 수조 달러에 이르렀던 전쟁 비용보다도 훨씬 클 것이다.

물론 북한이 끈질기게 핵무기 개발에 매달려왔고, 그 결과 머지않아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분명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이 바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개발 때문에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없이도 얼마든지 북한의 핵 도발에 가차 없이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북한의 위협을 관리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이 스스로 핵 억제력을 비롯해 군 전력을 확충하도록 하는 데 따르는 몇 가지 문제에 관해서는 사전에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1970년대 말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사시 한반도를 지켜주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기고 자체 무기 개발에 나섰다가 미국의 압력으로 계획을 거둬들였다. 이후 한국 내에서 자주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들린다. 미국은 아마도 계속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런 노력을 지지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핵확산을 부추기는 듯한 행동은 물론 위험할뿐더러 당장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한국이 미군의 지원 없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게 되면 미국은 당장 동북아시아의 핵 군비경쟁에서 발을 뺄 수 있다. 일본의 핵 무장을 누구보다 경계하는 중국은 잠재적인 핵 군비경쟁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의 핵 개발을 억제해 남한과 일본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나오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한은 미국에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상당히 많다. 한반도에 미군이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지역 안정에 이바지하며 이 지역 국가들의 군비 경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근거를 찬찬히 살펴보자. 우선 주한미군이 도대체 어떻게 중국을 견제한다는 걸까? 만약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이 북한을 흡수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야욕을 견제하는 데 주한미군만 한 방책이 없다는 주장이라면, 중국은 사실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 뻔한 북한을 중국에 편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하고 싶다. 미국이 한국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 할 때 주한미군이 훌륭한 지렛대 역할을 하리라는 주장도 동북아시아 정세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국은 중국의 심기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중국을 압박하려고 어떤 사안에서 노골적으로 대만 편을 들라고 하거나 중국이 영토 문제로 아주 민감한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일에 한국이 나서주리라는 바람은 순진한 희망 사항일 뿐이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아무리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라도 일본을 지키는 일에 한국이 나서달라고 부탁했다가는 엄청난 반발을 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오히려 미군이 동북아시아에서 한 발 물러나면 한국과 일본은 자국 내 민족주의 성향 정치인들이 악용하기도 하는 역사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안보 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기 때문에 지역 국가들의 군비 경쟁이 억제된다는 논리는 미군이 필요한 무기 체계를 대주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국방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전력을 공유하고 서로 지켜주는 안보 동맹은 일반적으로 국방비를 줄인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발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동맹 조약 때문에 작은 충돌이 수많은 나라 사이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강대국에 안보를 의지하는 나라들은 종종 무책임한 행동을 하곤 한다.

미국은 더는 한국의 안보를 도맡아선 안 된다. 한반도 안보는 더 이상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값비싸고 위험한 약속이 되었다. 주한미군이 저지른 범죄 등으로 인해 한국 사회 안에서도 미군을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지는 등 주한미군은 미국의 소위 소프트 파워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한국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가 아니다.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한국이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줘야 할 때다. (포린폴리시)

본지 제휴 뉴스페퍼민트에 실린 Foreign Policy 칼럼( Doug Bandow- The Cato Institute 선임연구원)의 번역 기사입니다. 

편집부 newsm@newsm.com

<저작권자 © NEWS 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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