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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첫 비주류 대통령이 되다

기사승인 2017.05.10  04: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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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문재인의 득표율은 41.1 %, 홍준표의 득표율은 24%.  50%를 넘기 바라던 지지자들의 열망에는 못 미치는 득표율이지만 5자 구도라는 독특한 상황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은 첫 비주류 당선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전라도'에 고졸이라는 비주류였지만 그는 당선을 위해 박정희의 후예인 김종필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이인제의 표 갈라먹기가 있었기에 당선될 수 있었다. IMF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 세력들은 김대중이라는 비주류에게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기득권의 강고함과 그들에게 세뇌된 서민층들의 증오를 이겨낸 힘든 당선이었지만 '김종필'과의 연합이 진보진영에게는 꺼림직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노무현 전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비주류 노무현에 대한 노사모의 열정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당시 새천년 민주당의 야권 주류들로 구성된 후단협은 끊임없이 노무현을 흔들었고 노무현은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선거 하루 전 날 정몽준의 지지는 철회되었지만 정몽준의 지지 철회가 노무현 지지자들의 응집에 큰 역할을 했기에 노무현의 당선을 순수한 비주류의 힘으로만 보기에는 힘든 구석이 있었다. 이를 모르지 않던 참여정부는 연정 제안, 삼성에 의존적인 경제 정책 등으로 인해 화를 자초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거의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대통령의 임기를 다한 노무현이었지만 기득권 세력은 그것 마저 보아내지 못하고 퇴임 후 온갖 모욕으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의 거대한 파괴력을 과시한 비극이었다.

4년 전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단일화 요구에 시달렸다. 안철수 측이 보기에는 문재인 패권주의가 그를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배제시켰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단일화 요구 자체는 야권 진보 진영내에도 잔존해 있는 '우리 편'을 못 믿는 정서로부터 시작했다. 만약 그때 문재인 측이 단일화 요구를 묵살하고 3자 구도로 갔으면  결과는 다르게 나왔을지 모른다. 당시 분위기로 봤을 때 안철수는 15대 대선에서 이인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19대 대선은 문재인의 자력으로 당선된 최초의 비주류 당선이다. 함흥 출신의 실향민 부모에게서 전쟁이 끝나갈 무렵 거제도에서 태어난 문재인은 여느 실향민 가정의 자녀들과는 달리 사회 비판의식을 가지고 성장했다. 실향민 가정들이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로 우파적 사고를 가지게 되는 것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중고등학교는 명문을 다녔지만 고시를 준비하는 젊은이라면 누구라도 꿈꾸던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가난이 원인이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그는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 고시 합격도 그를 주류에 편입시켜주지 못했다.

그는 나이가 어린 것 말고는 객관적인 조건에서 노무현보다 못한 것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변호사 개업 초기부터 노무현 곁을 묵묵히 지켰던 뚝심의 소유자였다.

문재인이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비주류들 지지도 크게 한 몫 했다. 기성 언론보다도 팟캐스트의 든든한 지원이 큰 힘이 되었고 손석희 김어준 같은 비주류 출신의 언론인들도 문재인의 당선을 가능케 하는데 음으로 양으로 힘을 보탰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무슨 제주도씩이나 수학여행을 가냐'는 모욕까지 들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문재인을 믿어 주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믿었던 그에 대한 섭섭함의 표현이었지 약자를 배척할만한 사람으로 문재인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없었다.

촛불은 한국 사회의 강고했던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이었다. 박근혜는 한국 사회 기득권을 지키는 정책으로만 일관했다. 취임 초기 비주류 윤창중의 엽기 행태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이후 박근혜는 오직 서류상으로 증명되는 스펙만으로 사람들을 썼다. '스펙'만으로도 위압적인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등등의 인물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촛불로 타올랐다. 최순실 정국에서 내부 고발자가 된 이들도 엘리트 체육에서 빛을 못 본 고영태 노승일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50대에서도 문재인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한국 사회의 오랜 지배 논리가 쇠락해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런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야만 한국 사회가 수백년 된 '반상'의 계급을 극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좌우가 없고 상하만 있다'는 영화 '공조'에 나오는 대사처럼 한국 사회의 기득권자들은 비판적인 시민들을 차마 '아래 것들'이라 말하지 못하기에 '종북'이라고 바꾸어 부른다. 종북논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류의 지배논리부터 부수어야 한다.

문재인 당선자는 자신의 당선에 이런 의미가 있음을 직시해서 섣부른 '화합'이나 '용서' 따위의 용어를 남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그가 즐겨 해야 할 말은 개혁과 청산이다.     

김기대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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