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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의 적합성, 김영희가 증명했다

기사승인 2017.06.09  08: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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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게 해주지도 않고 못 뛸 것이라며 단정하는 속내는?

강경화 외무부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가 끝났다. 흠결 사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무부장관의 직무 수행 능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것이 없었고 대단한 도덕적 흠결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후보자들을 다 통과시켜 줄 경우 자신들의 체면이 구겨진다고 생각했는지 야당은 하나는 반드시 잡겠다는 결기를 다진다. 그 결기의 희생양을 강경화 후보로 잡을 모양새다. 게다가 정치공학적 계산에 빠른 여권 지지자들 일부도 원만한 정국 운영을 위해서는 하나 쯤은 양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 놓는다.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듯 중앙일보의 김영희 ‘대기자’께서 점잖게 훈수를 두고 나왔다.

그는 지난 6월 5일자 칼럼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를 통해 강경화 불가론을 주장했다. 내용만 보면 대기자답게 딱 속아 넘어가기 쉽게 썼다. 이 정도면 문재인 정부 열성 지지자가 아닌 다음에야 여권내에서도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명문’이었다. 하지만 이 명문은 곳곳에 비문을 포함하고 있다. 강경화 불가론을 외치는 김영희의 칼럼은 역설적으로 강경화 외무부 장관이 별 하자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먼저 김영희 대기자는 “전통적으로 남성 예비역 장군들의 자리로 통하던 차관급 보훈처장에 여성 예비역 중령이 임명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태풍급 개혁 인사를 예고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라고 쓴다. 일단은 칭찬으로 시작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작하고 나서 칭찬받을만한 일이 피우진 보훈처장 임명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글머리에서부터 ‘여성’ 피우진을 예로 든다. 강경화 후보를 일단 ‘여성’ 즉 파격으로 규정짓는 행위다. 파격적 여성인사는 피우진 하나면 충분하잖아? 라는 주문이다.  

김영희는 또 이렇게 쓴다.

“위장전입 시비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맡기고 강 후보자가 오늘의 한국 외교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를 가려 봐야 한다. 피우진 보훈처장처럼 강 후보자도 여성으로서 상징성이 높다. 지금 독일·프랑스·일본의 국방장관이 여성이다. 미국은 두 명의 뛰어난 국무장관을 배출했다. 그러나 한국 같은 나라의 외교는 상징성으로 되지 않는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과 달리 한국은 실존적 안보 위협을 받는 나라다. 강경화 후보자는 유능한 유엔 외교관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고도의 외교 전략과 상상력과 추진력과 철벽도 뚫고 나갈 돌파력이 있는가는 의문이다. 특히 그에게 4강 외교의 경험이 없는 것이 최대의 약점이다. 국내 경험이 일천한 것도 흠이다. 오늘 한국의 외교부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해도 손색이 없을 인물이어야 한다.”

속내가 들켰다. 피우진과 강경화를 업무 능력이 아니라 ‘상징’으로 묶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는 주요 부서에 여성 장관이 가능해도 우리 나라는 안된단다. 이 말을 국민의 당 이언주의원이 받아 외무부 장관은 남자여야 한다고 우겼다. 성차별도 이런 성차별이 없다. (한국) 여성은 능력에 의한 발탁이 아니라 그냥 '상징'이란다. 

다음을 보자.

“강 후보자는 유엔기구에서 쌓은 경험으로 한국이 직면한 도전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목격하듯이 북한 핵·미사일은 유엔에만 가면 추상적·관념적 문제로 밀리고 유엔대사들의 현란한 말의 성찬에 휘말린다.”

얼마전 까지 ‘추상적 관념적’ 집단인 UN의 반기문 사무 총장을 위기에 빠진 한국을 이끌 지도자 급으로 치켜 세우던 보수 언론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반기문은 되고 강경화는 안된다니. 오히려 사무총장이야 말로 상징적 존재다(적어도 반기문은 그랬다). 반면 강경화 내정자는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김영희의 주장이 가장 궁색한 부분이다.

이어 김영희는 이솝 우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칼럼의 제목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 허풍스러운 5종경기 선수가 있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그가 말했다: ‘로도스섬에 갔더니 올림픽 선수 뺨치는 성적이 나오더라’. 듣고 있던 사람이 말했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중략) 위기의 한반도는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로도스다. 그는 여기서 뛸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가 로도스(한반도)면 일단 뛰게 해 주어야 한다. 이솝 우화의 허풍쟁이는 누구도 모르는 로도스 섬 이야기를 하지만 강경화는 모두가 아는 UN에서 뛰었다. 우리 모두는 그가 뛰는 모습을 보아 왔다. 그런데 새로운 로도스에서 뛸 기회조차 주지 않고 ‘너 못뛸거야’ 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추측할 길이 없다.  

김영희가 말하는 남성 경력자 외무 장관들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한 일은 무엇인가? 말이 좋아 ‘한미일’ 동맹이고 공조지 거의 준식민지급 결정을 한 지난 세월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반기문 처럼 국제 기구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외무부 장관직을 맡겨 보겠다는데 김영희는 이런 중대한 결정을 “문 대통령의 상징 취향에 막중한 한국의 외교를 맡길 수는 없다”며 외교를 취향 따위로 결정하는 대통령으로 폄하한다. 강금실 법무 장관을 놓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취향 운운하던 낯익은 장면이다.

김영희 대기자는 로도스 우화를 사용한 헤겔과 칼 마르크스까지 동원해서 미사여구를 펼쳤지만 그의 주장은 실제로 강경화 내정자에게는 아무런 직무적 하자가 없음을 증명해 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중앙일보의 실질적 사주로서 외교 안보 특보로 임명된 홍석현 전회장과 강경화 내정자가 손발이 안맞을까 지레 걱정을 해서 이런 칼럼을 쓴 건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이른바 조중동의 엘리트 논객들, 그만 하자. 추하다.  

김기대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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