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되짚어보기] 갤 가돗의 시오니스트 논란에 붙여
뉴스되짚어보기] 갤 가돗의 시오니스트 논란에 붙여
  • 지유석
  • 승인 2017.06.10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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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돗에게 이-팔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한다
갤 가돗이 주연을 맡은 <원더우먼>이 흥행하면서 갤 가돗의 과거 이력이 새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나의 사랑과 기도를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보냅니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뒤에 숨어서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하마스에 맞서 조국을 지키는 위험을 무릅쓰는 소년과 소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샬롬, 샬롬! #우리가옳다 #가자를하마스로부터자유롭게 #테러리즘을멈춰라 #공존 #이스라엘군에게사랑을"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원더우먼>의 주연배우 갤 가돗이 2014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128명의 희생을 불러왔다. 뿐만 아니라 가자 지구에 유일하게 가동 중인 화력발전소가 이스라엘군 탱크의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이 끊겨 가자 지구 주민들은 더 큰 고통을 당해야 했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을 기도로 격려한 갤 가돗의 SNS 글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우리가옳다’는 해쉬태그가 특히 그렇다. 게다가 가돗은 의무복무 규정에 따라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군 복무를 했다. 공교롭게도 가돗의 복무기간은 레바논인 1천명 이상이 희생된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기간과 겹친다.

DC코믹스의 블록버스터 <원더우먼>에서 그녀가 타이틀 롤 '다이아나 / 원더우먼’역을 맡아 맹활약하면서 새삼 그녀의 이력은 재차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중동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에게 자주 시달려온 레바논은 아예 <원더우먼>의 상영을 금지시켰다. 

사실 가돗의 성향을 주제로 다루기는 조심스럽다. 자칫 이스라엘의 전쟁 행위를 지지하는 논리로 번질 수 있어서다. 단, 그녀의 군 복무 이력이나 SNS에 남긴 글이 배우로서 이력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가돗, 시오니스트라 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은 남녀를 막론하고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한다. 적대적인 아랍권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지정학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인 이스라엘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지다. 가돗은 이스라엘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비록 그녀의 복무기간이 이스라엘-레바논 전쟁과 겹친다고 해도, 군 복무 중인 요원이 자기행동에 얼마만큼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녀가 명령을 거부했다면 분명 그녀는 상부로부터 문책을 당했을 것이고, 따라서 인생항로 역시 많이 달라졌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단, 그녀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 군을 응원한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그녀를 폄하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 국민으로서 보일 수 있는 반응을 보인 데 불과하니까 말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인류의 양심을 건드리는 문제로 발전한지 오래다.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주 없지만도 않았다. UN 등 국제사회는 무론 미국마저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를 내줘가며 양측간 평화협정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 1995년 오슬로 협정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노력은 그 지점에서 멈췄다. 평화협정이란 배는 출항도 하기 전에 선장을 잃었다. 협정 체결의 주역은 이츠하크 라빈은 유대인 극단주의자가 쏜 총에 맞아 유명을 달리했다. 맞은 편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 역시 타격을 입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 중이고 팔레스타인 역시 무장 강경조직 하마스가 판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양상은 이-팔 갈등에서 단순한 선악 구분은 존재하지 않으며, 갈등해결을 위해선 굉장히 신중하고 때론 이율배반적인 타협이 선택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배우와 사회참여의 상관관계는?

배우는 늘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이에 경우에 따라선 배우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예기치않게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때가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사회적 쟁점에 적극참여하는 연예인을 일컫는 '소셜테이너'란 낱말도 생겨나기도 했다. 

갤 가돗이 이-팔 갈등에 영민한 시선을 드러냈다면, 일반 대중은 물론 이-팔 갈등을 예의주시해온 세계의 양심들은 그녀에게 열광했을 것이다. 또 이스라엘이든 팔레스타인이든, 아니면 양쪽 정치권 모두에서 대응하는 입장을 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가돗의 SNS 글은 대중의 기대를 채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배우에게 이른바 '개념'을 강요할 수는 없다. 갤 가돗을 감싸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배우가 '개념을 장착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대중의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개념이 필요한 사람들은 정치인들이다. 요르단 강 서안 지구 내에 거대 장벽을 건설한 이스라엘 정치인들에게 개념은 무엇보다 시급한 덕목이다. 

바람이라면 가돗이 이-팔 갈등의 정치적 의미를 보다 깊이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측을 오가며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만에 하나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또 다시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다면, 인기는 물론 배우 경력에도 큰 흠집으로 남을 것임은 분명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명한 산상수훈을 통해 “평화를 가져오는 자(Peacemaker)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가돗이 하나님의 귀한 딸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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