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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연장인가 죽음 지연인가

기사승인 2017.07.08  0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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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 가드의 연명치료 중단 논쟁

전 세계에서 단 16명만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병 ’미토콘드리아 결핍 증후군(Mitochondrial DNA Depletion Syndrome, 이하 MDS)을 앓고 있는 영국의 신생아 찰리 가드(Charlie Gard)의 연명치료 중단을 놓고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병은 근육과 다른 인체 기관을 약화시키며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찰리는 2016년 8월에 태어나 MDS 진단을 받은 후 영국 런던의 그레잇 올몬 스트릿 병원(Great Ormond Street Hospital)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찰리의 뇌 손상이 회복 불능의 상태라는 이유로 병원은 연명치료 중단을 제안했지만 부모는 이를 거절했다.

찰리의 부모인 크리스 가드(Chris Gard)와 코니 예이츠(Connie Yates)는 미국에서 실험적 치료라도 받아보기 위해 약 19억원을 모금했지만 병원측은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11일 영국의 고등법원은 ‘연명치료를 지속하는 것은 찰리에게 더 잔인한 일’이라며 찰리를 위한 최선의 길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및 유럽 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까지도 찰리의 건강이 실험치료도 필요 없는 상태라는 이유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연명치료 중단 반대

찰리의 상태는 로마 교황청이 연명치료 중단을 비판하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그렉 버크 로마 교황청 대변인은 7월 2일(현지 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프란시스 교황이 “어린 찰리 가드의 사례를 애정과 슬픔으로 지켜보고 있으며 그들의 부모에 대해 친밀감을 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교황이 찰리 가드의 부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찰리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서 보살피고 싶어 하는 부모의 갈망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연명장치 중단을 반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영국에 있는 친구들과, 교황과 함께 어린 찰리를 도울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고 밝혔다.

로마에 있는 바티칸 소유의 소아병원(Bambino Gesu Children's Hospital)은 찰리를 그곳으로 옮겨와 돌볼 수 있는 상태인지 문의했지만, 그레잇 올몬 스트릿 병원측은 법률상의 이유를 들어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 한편 버킹엄궁 밖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인’이라고 소리치며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의 의견

7월 5일자 뉴욕타임즈는 이 기사와 관련해 몇몇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우선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가톨릭 생명윤리 센터(the National Catholic Bioethics Center in Philadelphia)의 존 하아스(John M. Haas) 소장은 ‘환자의 상태가 개선될 희망이 없는 가운데 생명 유지 장치에 계속 의존해야 할 신앙적 의무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불쌍한 어린 아이들이 유전자 결함에 의한 치유될 수 없는 병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에, 가톨릭의 가르침에 따라 치료를 계속해야만 하는 도덕적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생명윤리 센터 디렉터이며 보스톤 소아병원의 의사인 로버트 트루익(Robert D. Truog) 박사는 수십 년간의 사제들과, 랍비들, 그리고 이맘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종교도 무조건적인 생명 연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티칸을 비판하며 ‘찰리는 회복될 수 없는 뇌의 손상을 입었는데 무엇을 위해서 계속 연명장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기독교계의 입장?

인간 생명에 대한 주권은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기독교인들은 연명장치를 떼 내는데 쉽게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안락사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에 의해 주어졌으며 또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생명의 주권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는 사실은 절대적 진리이다. 일부 교단에서는 하나님이 계획하신 우리의 삶과 죽음에 인간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따라서 가톨릭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독교계는 안락사를 반대한다. 다만 감리교(Methodist), 장로교(Presbyterian), 퀘이커(Quaker), 미 연합 그리스도의 교회 (the United Church of Christ) 교단 등은 적어도 각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데에는 동의한다. 물론 교단에 따라 여러 하부 조직이나 그룹으로 나눠져 있기도 하고 지역별로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한다. 더구나 각 개교회 목회자들이나 교회 구성원들의 생각에 따라서 교단의 입장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개신교 교단의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한국 기독교 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 위원회가 2009년 주최한 세미나에서 감신대의 박일준 교수는 가망이 없는 환자가 연명장치에 막연히 의지하는 것은 ‘생명 연장’이 아니라 ‘죽음 지연’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환자는 무의식 속에서 그리고 고통 가운데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 자신과 가족들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이런 새로운 상황들에 대한 깊은 신학적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찰리의 예에서 보듯이 소위 안락사 혹은 존엄사에 대한 논쟁은 계속 더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 연명장치를 사용하는 일이 아이의 고통만 더해 줄 뿐이라는 사실 앞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님의 주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학계와 교계가 앞으로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다.

신기성 shin@newsnjoy.us

<저작권자 © NEWS 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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