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만나는 아랍의 맛과 향
시카고에서 만나는 아랍의 맛과 향
  • 김동문
  • 승인 2017.07.17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랍과 한국 음식 사이의 닮음을 찾아보자

시카고 오헤어 공항(O'Hare International Airport)을 오고가는 많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필자의 눈에는 아랍 이민자가 눈에 띈다. 물론 옷차림 때문이 아니다. 아주 소수의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Hijab)을 쓰거나 질바압( jilbāb) 등으로 부르는 긴 겉옷을 입고 있을 뿐이다. 아랍 이민자인 것을 확인하는 것은 옷차림새가 아니라 말 뿐이다. 아랍 이민자들도 미국이기에 타인종과는 영어로 소통을 하지만, 아랍인들 이민 1세대는 아랍어를 주고받는다. 코스코 같은 대형 매장은 물론, 시카고 시내 한복판에서도 아랍인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시카고에서 아랍문화 이웃하기를 소개한다.

시카고에서도 아랍 문화, 아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시카고에는 대략 15만 명 정도의 아랍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일리노이(Illinois)주 전체에 35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자료들이 많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구 통계는 추정치이다. 아랍계 이민자의 60% 정도는 팔레스타인 출신이고, 팔레스타인계 아랍 이민자의 절반 정도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계 이민자의 25% 정도가 일리노이 주에 살고 있다.

시카고에서 아랍계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은 남서쪽의 시카고 론(Chicago Lawn), 브릿지 뷰(Bridgeview), 히코리 힐즈(Hickory Hills), 오크 론(Oak Lawn), 올랜드 파크(Orland Park) 등이다. 북쪽에는 알바니 파크 주변 지역이 대표적이다. 시카고 북쪽 알바니 파크(Albany Park) 주변의 켓지(N. Kedzie Ave) 거리는 전통적으로 작은 아랍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러나 그 규모는 보잘 것 없다. 켓지와 이스트우드(W. Eastwood Ave) 주변의 10여분 안팎에 불과하다. 이곳에 20여 곳 정도의 아랍 식당과 식품점, 제과점, 수퍼마켓, 보석상, 서비스업소 정도가 있을 뿐이다. 시카고 남서쪽의 브릿지뷰가 더욱 확장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켓지 거리의 대표적인 아랍 식당은 쌀람(Salam Restaurant, 4636 N Kedzie Ave) 식당이다. 길 건너편에 레바논 맛을 내세운 세미라미스(Semiramis Restaurant, 4639 N Kedzie Ave) 아랍 식당이 있다. 이란 맛을 강조하는 눈 오 케밥(Noon O Kabab, 4661 N Kedzie Ave)이 또 다른 이슬람 음식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저녁 시간이 되자 아랍계 이민자는 물론 다양한 인종의 손님들이 아랍의 맛을 즐기고 있다. 간단하게는 야채를 튀긴 팔라펠을 넣은 샌드위치부터 둥근 불판에 구운 소고기 또는 닭고기를 잘게 잘라서 얇은 빵에 말아서 먹는 샤와르마, 아랍 커피에서부터 야곱의 팥죽으로 알려진 렌틸 수프 등 다양한 아랍 정식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아랍계이다. 식당 주인인 무함마드를 비롯하여 유수프 등 요르단 국적을 가진 팔레스타인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곳을 미국을 이슬람화하려는 이슬람의 전략적 거점인양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억측일 뿐이다. 미국의 아랍계 이민의 역사에 대한 무지와 이슬람혐오가 미국 내 아랍 이민자와 아랍 무슬림의 일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지역의 작은 아랍 상권은 종교성이 전혀 강조되지 않고 있다. 아랍계 이민자의 절반 이상은 기독교인으로 추정된다. 전체 아랍계 이민자의 1/4 정도인 레바논계나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계, 이집트계 이민자의 경우 기독교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쌀람 식당 옆의 두칸 인터내셔널 푸드마켓이나 사하르 인터내셔널 수퍼마켓(4851 N Kedzie Ave), 알-키얌 제과점(Al Khyam Bakery & Grocery, 4738 N Kedzie Ave) 등에서는 성경과 중동의 음식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무교병과 박하, 근채, 회향, 운향, 우슬초 등의 향신료와 양과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 대추야자(종려나무) 꿀(시럽), 쥐엄나무(세례요한이 먹은 메뚜기) 꿀(시럽)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커피나 홍차 등에 곁들여 먹기에 안성맞춤인 아랍 디저트 바끌라와(또는 바클라바 Baklava)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한국에서 궁중 음식으로도 제공되던 실타래 과자, 용수염과자, 꿀타래과자, 타래 등으로 불리는 그 음식의 원조도 맛볼 수 있다. 자아페르 스위츠(Jaafer Sweets, 4825 N Kedzie Ave) 와 위에서 언급한 수퍼마켓과 식당에서 구할 수 있다.

한국 음식, 경상도 음식 문화와 아랍 음식 문화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함을 안고서 아랍 음식 문화 체험을 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전라 지방에 없는 경상 지방에 전통적으로 전해지는 음식들과 아랍 음식 사이에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이 글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시카고 남서쪽의 브릿지뷰 주변 지역에서도 아랍 음식 체험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국 내 한인들의 이웃으로 이미 자리한 또 다른 이웃 아랍 이민자와의 만남이 낯설지 않은 일상을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