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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석 칼럼] 靑 검증 부실했다는 의원 나리들…이보세요

기사승인 2018.04.20  06: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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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검증 방식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선관위 유권해석이 나온 직후 사의를 표명한 16일 '저축은행CEO간담회'를 마친 뒤 나서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기식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다고 한다. 그래서 민정수석이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부실했다고 애기를 하려면 “뭘 했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번 경우는 청와대가 김기식의 의원 시절 후원금 처리와 출장 내용을 미리 살펴봤어야 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러한가? 청와대는 김기식 임명을 앞두고 선관위에 문의해서 김기식의 후원금 처리가 문제없었는지를 따져보고, 김기식이 의원 시절 해외 출장 중에 피감기관 비용으로 간 케이스를 찾아서 그 내용에 혹시 위법한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봤어야 했을까?

김기식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크리스트에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여 처벌을 받거나 경고, 혹은 시정 요구를 받은 적이 있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체크리스트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을 것이다.

만약 김기식이 “없음”에 동그라미를 쳤다면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사실인지 선관위에 조회하는 정도다. 

이번에도 조회했을 것이다. 그러면 선관위에서 “김기식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여 본 위원회에 적발되어 고발당하거나 시정조치를 받은 적이 없음”이라고 회신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부실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청와대가 선관위로부터 “김기식이 관련 법규와 관련하여 고발당하거나 시정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아놓고도 “아니야, 선관위가 바빠서 미처 체크를 못했을 지도 몰라. 우선 후원금 정산 내역이라도 직접 살펴봐야 돼”라며 선관위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여 관련 법규를 따져가며 살펴봤어야 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그랬어야 했던 것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는 사항들에 대해서 유달리 김기식 건에 대해서는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말인가?
 

더불어민주당 정책의견ㆍ정치행동그룹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좋은미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기식 전 의원이 5,000만 원을 연구기금으로 납부한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현행 정치자금법상 문제가 없으며, 선관위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더미래연구소를 만든 더좋은미래는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내 진보개혁 세력으로 분류되는 초재선 의원 22명이 만든 정치행동그룹이다.


선관위도 잘 모르겠다는 해외출장의 위법성

출장 건에 대해 살펴보자. 김기식은 이와 관련하여 처벌을 받거나 조사를 받거나 지탄을 받은 적이 없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수백 명은 되었을 전현직 의원의 고위직 임명에서 의원 시절의 해외출장 건이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것이 문제가 된 케이스였다면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김기식의 경력에 그런 전력이 없다면 그 부분은 클리어된 것이다. 

인사 검증이 부실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이상한 출장을 다녀왔을 수도 있어. 김기식의 출장기록을 떼 봐야 돼”라고 생각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정말 그래야 했나?

혹시 담당자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김기식에게 해외출장 내역을 요구해서 후원금과 마찬가지로 관련 법규 따져가며 살펴본다고 치자. (실제로 이번 건에서 재검증을 통해서 이 부분을 살펴봤다.)
이 부분에 대한 선관위의 답변을 다시 보자. 좀 길지만 그래도 중요한 문제이니 다 보기로 하자.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의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음. 이러한 행위가 「정치자금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해외출장의 목적과 내용, 출장의 필요성 내지 업무관련성, 피감기관 등의 설립목적 및 비용부담 경위, 비용지원 범위와 금액, 국회의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상규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함.」

길게 썼지만 한 마디로 “우리도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자세한 내용을 조사해봐야 알겠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피감기관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해외출장을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게 위법한지 아닌지를 따질 수는 없다. 그런데 선관위도 잘 모르겠다는 것을 민정수석실에서 무슨 수로 판단을 내리나?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한다고 치자. 

선관위가 조사한다고 위법 사실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그러면 검찰이 수사해서 혐의점이 발견되면 기소를 하고, 법원에서 3심을 거쳐야 위법 여부가 확정된다. 

검증이 부실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와대가 김기식의 해외출장 내역을 받아서 조사에, 수사에, 기소에, 재판까지 거쳐야 확정되는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청와대가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검증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가성이 뚜렷하거나 부실한 출장을 다녀와서 물의를 일으킨 경우와는 분명히 다르며, 김기식과 유사한 성격의 출장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검증이 부실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럴 권능도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신보라 원내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원 댓글조작 및 김경수 의원 연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범죄혐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검증 방식

뭐, 지나간 일이니 그렇다고 치자.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치고 앞으로 전·현직 의원을 고위직에 임명할 때는 선관위 기록이 아무리 깨끗해도 직접 후원금 자료를 받아서 살펴보고, 누구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어도 출장 기록 받아서 선관위가 제시한 그 복잡한 기준과 요건을 다 따져서 판단을 한다고 치자.

이번 경우처럼 후원금 관련 기록이 아무리 깨끗해도 선관위가 바빠서 못 살폈을 수도 있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뇌물죄, 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자 윤리법 위반 등의 겹겹의 혐의로 고발될 만큼 엄청난 범죄로 탈바꿈할 수도 있으므로 모든 위법 가능성을 다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범죄기록이라든가 전과기록이라든가 납세기록이라든가 하는 공적 기록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범죄기록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찍혀 있어도 믿을 수 없다. 혹시 경찰이 모르고 넘어간 범죄사실이 있을지도 모르고, 범죄는 아니지만 범죄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짓을 했을지 모르니 그의 인생살이를 다 살펴봐야 한다. 그럴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납세기록도 받아보겠지만 “탈세 사실 없음. 체납 사실 없음”이라고 적혀 있어도 믿을 수 없다. 국세청이 모르는 신종 수법으로 탈세한 적이 있을지 모르니 후보자의 소득 기록, 최근 몇 년 간의 은행 입출금 내역, 사업을 했던 사람이면 회계장부를 다 받아와서 조사해야 한다. 민정수석실에 세무사와 회계사까지 데려와야 할 판이다.

병역 기록도 살펴보니 문제가 없다. 그래도 믿을 수 없다. 사실 15일 영창을 갔다 왔는데 기록이 누락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후보자가 근무했던 부대의 부대장, 선임하사, 동료병사들을 다 찾아서 기록에 없는 문제 사항이 혹시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김기식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부실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인사 검증을 이런 식으로 하라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그렇게 해야 하나?

야당 의원 나리들께서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시는가?

​고일석 기자 / <뉴비씨 편집국장>
기사제휴 <뉴비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일석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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