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범죄'의 최대 피해자는 누굴까
'증오 범죄'의 최대 피해자는 누굴까
  • 김성회
  • 승인 2009.12.04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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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증오 범죄 통계의 허와 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992년 이래 매년 증오 범죄 통계를 발표해왔다. 지난 11월 23일 발표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총 7,783건(피해자 9,691명)의 증오 범죄가 발생했는데 이는 2007년보다 159건(2.1%)이 증가한 수치이다. 인종 문제로 인한 범죄가 전체의 51.3%를 차지했으며, 종교적 이유(19.5%)와 성 정체성 이유(16.7%)가 뒤를 이었다.

▲ 미국 연방수사국은 1990년 이래 매년 증오 범죄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출처 : 위키페디아)

증오 범죄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종 편견 범죄 중 72.6%(2,658건)는 흑인을 대상으로 벌어졌다. 반면, 백인을 상대로 한 증오 범죄는 16.8%(749건)에 불과했다. 미국 센서스국(U.S. Census Bureau)의 통계에 따르면 백인의 비율은 79.8%이고 흑인의 비율은 12.8%이다. 인종적으로 소수인 흑인에게 인종 편견 관련 범죄가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범죄자의 인종별 구분을 살펴보면 백인이 61.1%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흑인은 20.2%였다.

<유색인종권익향상전국연합>(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의 힐러리 셀튼 지부장(워싱턴)은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대통령의 당선과 경기 침체가 흑인들과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흑인을 상대로 한 증오 범죄는 작년 대비 8% 증가되었다.

종교적 편견에 의한 증오 범죄의 65.7%는 유대교를 대상으로 벌어졌다. 전체 1,055건의 유대교 대상 범죄 중 사람에게 직접 위해를 가한 것은 26.9%(284건)이었던 반면 건물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은 73.1%(771건)이었다. 다른 증오 범죄는 사람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77%로 이와는 정반대 양상을 띠고 있다.

언론들은 종교적 편견에 의한 증오 범죄 사례 분석에서 천주교 관련 범죄가 지난해에 비해 24% 증가했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다. 총 1,519건의 종교 관련 범죄 중 천주교 관련은 75건으로 작년 61건에 비해 14건이 증가한 것이다. 빌 도너휴 신부(종교와 시민권리 보호를 위한 사제단 대표)는 <유에스에이투데이>를 통해 "동성애와 낙태와 관련되어 강한 목소리를 내자 반대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Chul Lee 박사(도시 계획학)는 <미주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천주교 대상 범죄 비율이 늘었다고 하나 이것을 전체 종교 관련 범죄 증가 건수와 비교했을 때, 통계학적으로는 그 차이가 미미해서 자료로써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통계를 발표하며 "각 수사 기관이 자발적으로 하는 보고만을 모아놓은 결과"라며 범죄율 증감의 추이를 살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증오 범죄로 인한 전체 7건의 살인 가운데 5건이 성 정체성과 관련된 범죄였다. 성적 편견 범죄 전체 1,617건 중 1,168건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성 소수자가 직접적인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계층임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통계의 확실성 여부를 떠나 단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증오 범죄가 매일 20건씩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 목회를 하고 있는 성현경 목사(파사데나장로교회)는 "안타깝게도 기독교가 증오 범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가 추구하는 윤리적인 입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은 맞지만, 동성애자를 향한 증오를 합리화하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백인 보수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 의식과 박탈감이 공격적인 메시지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부화뇌동한 사람들이 이민자나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있는데 이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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