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이라고 다 같은 아편이 아니야
아편이라고 다 같은 아편이 아니야
  • 글벗
  • 승인 2024.04.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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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의 코끼리 사태와 녹색 정의당의 실패

지난 2022 74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별세한혁명가이자 탁월한 마르크스 주의 저술가 불리던 아일랜드의 몰리뉴의 글중에는 현대 좌파들이 새겨야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그가 종교에 대해 이야기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주의의 주장을 고수하되 이런 주장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숙고한 말한다. 마르크스가 이런 이야기를 때의 종교 지형과 오늘날의 종교 지형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주의의 터무니 없는 주장도 기승을 부리지만 소외된 계층과 사회 정의, 평화 등에 헌신하는 오늘날의 종교와는소외 차원에서 연대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유럽에서 무슬림을 악마화하고 소외시킬 몰리뉴는 종교(아편) 이슬람의 편을 든다. 또한 물신 숭배종교와 기독교(유럽의 교회이기는 하겠지만)가 똑같이 어리석다는 보편론에 빠지지 않는다. 같은 아편이 아니라는 말이다.

몰리뉴의 통찰은 이번 총선에서 원외정당으로 밀려난 녹색정의당을 두고 하는 말같다. 종교 비판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비판의 보편론 두고 하는 말이다. 궁지에 몰린 정의당이 녹색당과 손잡고 출범한 녹색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석도 얻지 못했다. 다시 말해 3%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말이다. 좌파 정당이 존립하기 어려운 한국 상황에서 정의당은 그동안 고군분투 하며 근근히 생존해 왔지만 이번에 아주 강하게 심판을 받았다. 통일, 평화, 한미동맹에 문제를 제기하며 나온 진보당이 3석을 얻은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초라함은 도드라진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몰리뉴 식으로 말하면 그들은 비판의 보편론에 빠져 있었다. 더불어 민주당이 좌파 정당이 아닌 것은 그들에게 좌파 딱지를 씌우는 사람들만 모르고 아는 사실이다. 녹색 정의당 차원에서는 더불어 민주당과는 차별되는 자기들만의 지점이 필요했다. 당연하다. 옳은 선택이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결국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느냐는데 까지 이르렀고, 심상정은 자식의 결혼식에 윤석열이 보낸 축하화환을 제일 앞에 놓고 자랑했다. 순간 국민의 60%( 윤석열) 부아를 치밀게 했다.

보수정당으로서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이 도달하는 지점은 같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닮은 부분이 많다. 민주당안이 좌파적일 때도 심상정의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거부했다. 이재명의 2중대가 없다는 심상정의 엘리트 주의로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국 사회에서평화 중요한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PD(평등파)중심의 정의당은 이를 외면해 버렸다. 3석을 차지한 진보당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독일 녹색당의 기원은 독일의 반핵운동에 있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에서 출발했지만 러시아를 코 앞에 둔 독일의 핵무장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녹색당은 성공했다. 

반핵 운동을 바탕으로 1980년에 창당된 (독일) 녹색당은 지방의회로 진출하고 1983년에는 연방의회 선거에서 5.6% 득표율을 달성함으로써 27명의 연방의원을 배출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합니다. 녹색당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 더욱 확장됩니다. (김익중 지음, ‘탈핵학교’, 반비)

독일 녹색당은 현재도 독일 정치계에서 꾸준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녹색당은 이렇다 할 의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운동이든 우리의 강령이 곧 보편적인 진리라는 논리 다시 말해 교조주의에 빠지면 위험하다. 생태주의는 환경보호, 탄소중립화 선언, 동물권 보호, 요즘 들어 에코 페미니즘까지 다양하게 분화할 있다. 정의당은 녹색당과 통합하기전 윤석열 정부가 전정부 죽이기의 수단으로 사용한 원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사업을 카르텔로 보고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 일언 반구도 하지 않았다. 왜냐고? 그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불리한 일이기 때문에 수수방관한 것이다. 에코 페미니즘 시대에 그들은 젠더갈등형 페미니즘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대중화시키는데 실패했다.

녹색 운동으로서 동물 보호 운동을 놓고 벌어진 최근의 독일보츠와나의 코끼리 논쟁은 진보운동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다. 보츠와나의 코끼리는 13만마리가 넘는데 매년 6천마리씩 늘고 있다. 보츠와나가 2021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코끼리 사냥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70만달러로 국가 수입으로는 돈은 아니다.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코끼리들이 농작물에 주는 피해 때문에 농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것이다. 최근 독일 환경부가 사냥동물 수입에 제한을 둔다고 발표하자 보츠와나는 코끼리 떼를 독일로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당신들(유럽인들) 우리처럼 코끼리떼와 살아보라는 말이다. 당신들에게는 우리보다 코끼리가  중요한 같은데 그것이야 말로 식민주의의 재판아니냐는 것이다.

보츠와나의 코끼리
보츠와나의 코끼리

 

사람보다 교조(敎條) 우선하는 진보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상정은 2005 UCLA 이남희 교수와의 대담(이남희, ’민중만들기참조)에서 신자유주의에 포획된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수정권이 야기한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성공했다.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고착화로 이어졌지만 피폐해진 시민의 삶에 돌파구가 필요했던 점을 심상정은 외면했다. 대안없는 비판, 누구와 손잡아야 지를 놓쳐버린 어리석음이 녹색정의당의 비극을 가져왔다.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지난 주제 #삼체문제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이번 주제 #녹색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다음 주제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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