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에서 만난 난민, 선교에 새로운 지평을 열다
뉴욕 한복판에서 만난 난민, 선교에 새로운 지평을 열다
  • Michael Oh
  • 승인 2023.10.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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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난민 선교 나선 뉴욕 뉴하트선교교회 정민철 목사 인터뷰
사역, 선교,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발상 전환 경험하고 있어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미국적 풍요와 평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 뉴욕 한 복판에 난민들이 도착했다. 세계 각지 어쩌면 풍요와 평강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서 당도한 이들이다. 이 광막한 차이를 실감하듯 이들은 눈빛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발걸음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산만하기만 하다.

난민 영어 수업 종강 파티, 맨 왼쪽 정민철 목사(뉴하트선교교회 제공)
난민 영어 수업 종강 파티, 맨 왼쪽 정민철 목사(뉴하트선교교회 제공)

뉴하트 선교교회 정민철 목사와 교인들이 발 벗고 나선 이유다. 그들 자신도 이민자로서 이 막연함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절감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이들만큼이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난민 사역에 뛰어들었지만, 이렇게 보람되고 가슴 뭉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라고 한다.

빡빡한 일정에도 넉넉한 미소와 즐거운 이야기보따리를 잔뜩 준비한 정민철 목사를 만나 그동안의 경험과 소회를 들어보았다.

난민 사역을 하게 된 계기는?

"4개월 전부터 뉴욕에 난민 들어온다는 소식 전해 들었다. 때마침 뉴욕에 코리아타운 같은 지역인 베이사이드에 모텔 매니저를 하는 집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일하는 모텔이 난민 쉘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난민 250명 거주를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교회 노방전도 팀에게 소식을 전했다. 주 3일씩 일 년 정도 노방전도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다들 이곳으로 가서 도울 일을 찾자는 의견을 내놨다. 그래서 함께 방문하고 우선 필요한 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떤 사역을 하는가?

"주로 음식 대접과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모두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정착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취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진행하려면 의사소통이 먼저다. 그래서 우선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낯설고 불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전해주기 위해 음식을 대접하며 교제 시간을 가진다.

현재 3개월째 아이들 반, 중,고등반, 성인반으로 나누어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2세 교인들이 맡고 있다. 음식은 1세 교인이 정성스레 준비하고 있다."

난민과 함께 하는 만찬 (뉴하트선교교회 제공)
난민과 함께 하는 만찬 (뉴하트선교교회 제공)

난민들의 상황과 상태는 어떤가?

"다양한 출신이 섞여 있으며 상황도 제각각이다. 텍사스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남미 사람이 많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콩고나 세네갈, 가나 등 아프리카와 중국 출신들도 있다. 

이번에 십만 명가량 뉴욕주에 들어왔다고 하니, 적은 숫자가 아니다. 뉴욕과 일리노이주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이들 난민들에 대해 좀 더 열린 역사와 입장을 가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난민이 된 이유도 다양하다. 정치적 탄압이나 종교적 이유 등, 자신이 살던 곳에서 뿌리 뽑혀 올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사연을 저마다 품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온 가정은 몇 년 전 기독교로 개종했는데, 칼로 다리가 찔리는 등 주변의 박해와 위협을 피해 난민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온 후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정착하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70명 정도 영어 수업에 나왔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는 조금씩 줄고 있다. 점차 직장도 잡고 적응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 때문이다."

교인과 기념 찰영(뉴하트선교교회 제공)
교인과 기념 찰영(뉴하트선교교회 제공)

함께 참여하는 교인들 반응은?

"우리 교회는 원래 1세와 2세가 골고루 섞여 예배도 드리고 함께 사역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세대 간에 더욱 끈끈한 한 팀이 되어 즐겁게 지내게 됐다.

처음 만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난민 가정들과도 이제는 정이 들고 한 식구처럼 가까워진 거 같다. 말도 잘 안 통하고, 문화와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종교적 차이까지 있지만 신기하게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다.

한번은 교회 집사님 가정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다. 집사님이 결혼하게 된 난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리 넉넉한 형편도 아닌데, 정성스레 차린 식탁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피붙이에게 하듯 그야말로 최고의 대접과 축복의 시간이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더 이상 정착민과 난민, 우리와 그들이 아닌 하나가 된 듯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역과 선교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든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교회 이름이 뉴하트 선교교회다. 그동안 아프리카, 필리핀 등 다양한 곳을 다니며 직·간접적인 선교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난민과의 만남은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전해주고 있다. 선교를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과 일상 가운데 선교 현장이 펼쳐진 기분이다. 하나님께서 선교지를 코리아타운으로 옮겨놓으신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사역과 선교 그리고 공동체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그만큼 교회의 지경은 넓어지고 또 깊어 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데 어울어진 교인과 난민 청년들(뉴하트선교교회 제공)
한데 어울어진 교인과 난민 청년들(뉴하트선교교회 제공)

난민 사역을 보다 새로운 선교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이야기 같다.

"오늘날 세계는 끊임없는 움직임 가운데 다양한 만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수많은 물자와 정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도 이동하며 서로의 삶과 문화가 만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선교나 사역 역시 지역의 구분과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이해와 준비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 일상이 선교와 사역 현장이 되는 역사적인 흐름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도행전 17장에서 바울은 하나님께서 모든 민족으로 하여금 제각기 장소와 시간을 정하여 당신을 찾게 하신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구절을 마음 깊이 품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200만의 한인들이 미국에 왔다. 하나님께서 한인들을 미국에 옮기신 이유가 이 구절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민자로서 한인은 난민인 이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성경적으로나 복음적으로 우리 모두 나그네로 부름을 받았다. 우리 누구도 주인이 아니며 또한 난민들도 그저 굴러들어 온 사람이 아니다. 모두가 환대 가운데, 그리고 복음 가운데 하나 될 때 진정한 의미의 교회가 서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 한인을 부르셨다고 믿는다.

나아가 세계사적인 흐름 또한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전쟁 난민이 500에서 600만이 생겼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드문 시기다. 선교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난민을 통해 선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뉴하트선교교회 제공)
(뉴하트선교교회 제공)

난민들에게 복음 전파가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복음은 어떤 의미일까?

"중요한 질문이다. 동시에 제한된 언어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무슬림 난민 하나가 있는데, 한창 수업 중인 시간에도 꼭 시간이 되면 한쪽에 자리를 펴고 기도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험이다.

우리가 (말로) 전하는 복음은 어쩌면 그것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말도 통하지 않는데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품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을 진실하게 나누려고 한다. 이런 막연한 노력 가운데 그래도 조금씩 그리고 무언가 통하는 느낌을 받는다.

복음은 제한된 언어와 몸짓을 통해 전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음은 그 한계 아래에 어떤 진실한 것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진실은 전달하려는 이와 전달받는 이 사이의 한계와 차이를 넘어서게 하고 보다 크고 깊은 하나가 되게 하는 힘이 있다.

이 힘과 하나 됨이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복음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모호하지만 진실한 어떤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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